모 사기업이 3년 전 매입한 옛 일양약품 부지를 군산시가 다시 매입하겠다고 밝혀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인구가 줄고 도심이 계속 이동하면서 방치된 폐건물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이들을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사업들이 전국에서 활발하다. 군산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 도시재생사업이 펼쳐지고 있는데, 최근 군산시가 시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개정면’과 ‘소룡동’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도시재생인정사업(이하 인정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특혜시비가 화두가 되었다. 몇 십억에 달하는 예산이 특정 사기업에 투입되다보니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시의회에서 검증하는 과정에서 해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개정면’ 사업의 경우 사기업이 2019년 매입한 옛 일양약품 부지가 그 대상이다. 일양약품이 IMF사태 영향으로 1999년 공장가동을 중단하면서 20년 간 방치되던 부지는, 2019년 ‘핀 브레드’라는 회사에 매각됐다. 당초 이 회사는 빵·케이크류 등과 관련된 공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었지만 3년 동안 전혀 가동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군산시는 인정사업을 통해 총 사업비 100억 원(국비 50억, 도비 8억8천만, 시비 25억1천만+자체재원16억7천만원)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1단계는 공공에서 생활숲정원 조성과 문화예술복합 SOC조성, 2단계는 민간자본을 유치 ‘효모’로 특화된 복합문화·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산시에 따르면 현재 소유주와 매매 비용과 관련해 협의도 안 된 상태이다.
설경민 의원은 대상지의 소유권이 변동된 지 2년여 만에 시가 매입할 경우 현재 부지 소유법인의 막대한 지가 차액 수익발생 문제를 제기하며, 베이커리카페 등 민간수익시설을 제외한 주차장, 조경시설, 도서관, 역사문화갤러리 등 부대 편의시설을 공공에서 모두 조성해주는 등 민관협력 사업구조에 대한 특혜성 시비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봉 의원은 사업이 실행되더라도 해당 법인소유의 부지매입 보상협의 시 사업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베이커리카페 등 민간수익시설의 운영권을 해당 법인에게 부여하는 등의 조건이 붙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룡동’ 인정사업의 경우 총 100억 원(국비 50억, 도비 8억3000만, 시비 25억1000만, 자체재원 16억 7000만 원)을 투입해 2019년 이후 공실이 된 옛 세아베스틸 기숙사를 시가 매입해 다문화·노인 복지 지원과 청년 등 창업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이 부지에 대한 시의 매입 계획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위험건축물 재생사업 특별공모사업을, 2021년에는 도시재생 인정사업을 추진했으나 두 번 모두 탈락했다.
이에 시의회는 옛 세무서 부지 등 산단 배후 주거지역 내에 방치된 시설이 여러 곳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가 계속된 사업 탈락에도 이 부지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했다.
서동수 의원은 시의회에서 해당 부지에 대한 적정성 문제를 계속 제기했음에도 기업의 노후건물을 사업대상지로 고집하는 것을 질타하며 “노후 건축물을 활용하는 재생사업 컨셉이라면 국유시설 등 타 부지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김경구 의원도 “호프집, 노래방, 여관촌 등 유흥시설이 많은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사업대상지는 다문화나 육아 등 복지지원시설 입지로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설경민 의원은 “이 부지로 인해 주변 지역 쇠퇴가 심각해지거나 우범화됐다는 군산시의 주장은 전혀 맞지 않다”며 “몇 차례에 걸친 사업 탈락과 관내에 비슷한 상황의 국유시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부지를 고집하는 것은 대기업의 재산 처분을 군산시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개정면의 경우 대상지가 지역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크고 워낙 오랫동안 방치되다 보니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고, 소룡동의 경우 다른 부지로 제기되는 옛 세무서 부지는 지역이 침하되고 있어 지반 강화하는 예산 등이 추가로 요구되는 문제 등이 있다”며 “침체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특혜로 오해받지 않도록 공정성을 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군산시가 부지 매입의 공정성 확보와 혜택을 볼 주민 외에 다른 이해관계인까지 포함된 ‘ 중립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