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백릉 채만식 선생이 탄생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고, 내년은 쌍천 이영춘 선생 탄생 120주년을 맞는 해이다. 채만식 선생과 이영춘 선생은 조선 말 한 해 차이로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살아 냈지만 서로 다른 행보로 후손의 평가를 달리 받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두 인물로 한 명은 친일 행적으로 평가절하됐고, 다른 한 명은 생전의 업적에 비해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백릉 채만식과 쌍천 이영춘

＃ 작가 최만식, 공과 모두 소개해 깨달음 얻도록
 

백릉 채만식 선생은 임피 지역 부농에서 나고 자랐다. 전세계를 아울러도 손색이 없는 풍자소설가로, 40대 후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했음에도 약 2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다작가이다. 다만 1940년부터 45년 해방 전까지 14편의 친일 성향 글을 쓰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됐다. 

군산을 배경으로 지역색을 담은 소설과 특유의 풍자기법으로 일찍이 군산에서 높게 추앙받아 ‘채만식 문학관 조성’, ‘채만식 문학상 제정’. ‘생가터 정비’ ‘채만식 학회 조직’ 등의 다양한 사업들이 이뤄졌으나 현재는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채만식 문학상은 2018년 제15회 수상자까지 선정하고도 중단됐으며 기약도 없는 상태다.  

문학계 등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채만식 선생은 친일을 거부하고 저항하다 모진 고문 끝에 친일로 돌아섰으며, 나중에는 스스로의 친일 행적을 반성하고 뉘우친 유일한 사람”이라며 “무조건 채만식 선생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라 채만식 선생의 행적을 통해 우리가 또 다른 측면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라는 여론이 있다. 

사실 민족문제연구소 또한 친일에 동참했던 것도 이에 대해 반성한 것도 엄연한 사실로 우리 후손들에게 이런 두 가지 면모를 모두 소개해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조건적인 은폐와 침묵보다는 공과를 모두 밝혀 깨달음을 취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오히려 역사를 배우는 후손의 자세라는 의견이다. 

＃ 업적 저평가된 쌍천 이영춘

일제강점기 열악하기만 한 농촌 위생을 개선하는데 앞장 선 한국 농촌보건의 선구자이자 예방의학의 아버지 쌍천 이영춘 박사는 대단한 업적에 비해 저평가된 인물이다. 국내 최초로 농촌 지역 의료보험조합 실시, 학교 급식 실시, 학교 양호교사제 등을 도압하는 등 한국의 의료 시스템 구축의 토대를 쌓고 사랑으로 인술을 베풀며 주민 교육에 앞장서고 버림받은 영아들을 위한 영아원 설립 등 그야말로 한국의 페스탈로찌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다만 이영춘은 군산 지역과 의료계 등을 제외하고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올해 이영춘 박사가 직접 기록한 ‘진료 기록물’ 세 점이 올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는 경사를 맞은 것을 계기로 내년 탄생 120주년을 맞아 지역에서 대대적인 쌍천 이영춘 예우 사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그분의 업적을 후손들에게 제대로 각인해주고, 그분의 선각자 적인 삶과 희생·봉사정신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대대적인 교과서 등재 운동의 필요성도 높아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지역 예술계에서 쌍천 이영춘 선생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선보여왔던 플롯을 바탕으로 내년 전국적으로 순회할 수 있는 뮤지컬이나 연극 등의 제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자체에서도 1년 내내 군산이 쌍천 이영춘을 주제로 축제든 이벤트든 문화예술이든 관련 행사들을 펼친다면 파급효과가 더 커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