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는 11개 읍면과 300여 마을이 있다. 물론 예전에는 더 많은 마을이 있었다.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몇몇 마을은 이미 사라졌고 몇몇 마을은 고령화사회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그래서 오늘날은 마을을 보전하고 지역의 잊혀져가는 그리고 잊힐 역사를 기록하는 일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시인, 수필가이며 전 군산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최규홍 군장대 명예교수의 역사에세이 <구석구석 군산읽기(도서출판 군산인쇄사)> 발간이 눈에 띄는 이유다. 

대학을 제외하고 지역사를 연구하고 관련 책을 발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료가 빈약할 뿐 아니라 온갖 발품은 다 팔아도 기록이나 이야기를 찾기나 쉽지 않다. 

그래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발걸음을 디딛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다. 최규홍 교수도 마찬가지. 돈헌 임병찬 의병장의 묘소를 찾아 순창 회문산을 몇 시간 헤매고 다녔으며 청양군 백제문화예술박물관에서 ‘면암 최익현 초상’과 ‘대마도 압송도’를 관람한 후 학예사로부터 “군산 한약방 주인 장씨에게서 두 작품을 구입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장씨 성 한약방을 찾아나서 결국 이틀만에 호암 장진욱의 손자 중일한약방 장희옥 원장을 만나 소장품을 입수한 유래를 듣기도 했다.  

또한 옥구농민항일항쟁 애국지사 중 16명이 서훈을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유족들을 대신해 포상신청을 준비하고 자료를 보완해 결국 2019년 16명 전원에게 독립유공자 포상이 내려졌다. 

이러한 내용들은 <구석구석 군산읽기> 1부 ‘군산독립운동가이야기’에 실렸다. 나머지 2부에는 ‘군산향토사이야기’를 주제로 연재 송병선 선생, 죽봉 고용집 시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 장영규, 운보 김기창 화백과 화가 우향 박래현, 해병대 군산항 상륙작전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우리에게 친근한 지명과 인물들이지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유려한 필체로 담아냈으며, 좀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최규홍 교수는 “제가 태어난, 500여 년 역사의 술산리 주산 마을이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을 이유로 사라졌듯 향토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으면 점차 소멸되고 말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소명감을 갖고 내 고장 산야에 들꽃처럼 피어있는 일화를 정리했다”고 전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은 아무리 되뇌어도 넘침이 없다. 지역 향토사 또한 지역이 나아갈 바를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방향키이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로 이 책을 계기로 이러한 관심이 더욱 퍼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