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앞에서 누가 문학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으로 고은 선생의 강연은 시작됐다.

지난 7일 군산미래신문이 주최한 명사 초청강연에서 고은 선생은 팔순 먹은 어머니 앞에서 밥은 잘 먹었냐? 몸은 건강하냐? 등 원초적인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다.

자나 깨나 자식 걱정만 하는 어머니 앞에서 문학사상이 어떻고 이념이 어떻고 하는 것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

고은에게 있어서 고향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군산은 언제나 추억 속에 어머니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은에게 있어서 군산은 언제나 어렵고 열등감이 있다.

이날 강연에서 선생은 자신이 태어난 곳인 용둔리를 비롯하여 미제방죽, 군산형무소, 째보선창 등 옛 지명을 열거하면서 고향 이야기를 풀어 놨다.

미제방죽과 관련된 애기바위, 개바위 전설도 들려주기도 했다.

선생은  문학의 중요한 한 기둥은 고향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어렸을 때 일을 들려주었다.

일제시대  고은은 누구나가 그러했듯이 배가 고팠다.

어머니는 산나물을 뜯으러 갔고 어머니가 오셔야 산나물로 보리밥을 비며 먹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밥을 아끼기 위해 산나물을 캐어 비벼 먹었다는 것.

 고모가 보여준 용둔리 하늘의 별을 보면 고은은 ‘ 별을 먹으면 배부르겠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은에게 있어서 별은 밥이 되었다.

‘별이 밥이다“라는 인식은 그대로 고은의 문학의 한 축이 되었다.

고은은  ‘별이 밥이다‘ 라는 명제를 세상에 밝힐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명색이 문학을 하는 사람인데 별을 보고 희망을 말하고, 미래를 노래해야 하는데  밥을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는 것.

한마디로 창피했다는 것.

19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 고은은 별이 밥이라는 문학세계를 세상에 발표했다.

희망이라는 것은 배고픈 자가 밥을 찾는 것처럼 절박해야 한다는 것.

절박한 사람만이 희망을 만들어 내고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은 선생은 자신의 문학은 희망을 찾는 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쓴 시보다는 오늘 쓴 시가 더 좋고 내일 쓸 시가 더더욱 좋을 것이다 고 말했다.

이것은 "내 자존심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강연은 시민 학생 1백여 명이 참석했으며 고은 선생은 강연 전 문인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고향의 정을 나눴다.

특히 군산여고 문학반 동아리 학생들은 단체로 참석을 하기도 했다.

고은 선생은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격려를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