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군산시에서 열린 면담에 참석한 주민대표들

“철탑문제로 걱정을 끼쳐 죄송하지만 군산의 생명줄인 산업단지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부족하므로 대안이 없어 철탑방식으로 밖에 할 수 없습니다”(문동신 군산시장)

산업단지 전력시설 확충과 관련해 철탑방식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시간만 갈뿐 사업진행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14일 오후 송전철탑 경과지 6개 읍면지역 주민대표와 문동신 시장, 한전 관계자들이 군산시청에서 면담을 갖고 송전철탑 추진 방식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한 시간 여동안 팽팽한 입장차만을 재확인한 채 수확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회의에는 송전철탑 방식에 강도높게 반발하고 있는 회현면 주민대책위를 비롯해 대야, 옥구읍, 옥산면 주민 등이 참석했으나 한전 측의 사업설명회 여부를 놓고 회의시작 전부터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현면 주민 대표 등은 이날 회의에서 항간에 회현면 등 철탑 경과지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으나, 농업 등 1차 산업이 망하면 국가가 망한다는 옛말 처럼 농업의 중요성이 크다며 산업단지에 전력공급이 중요하다면 철탑이 아닌 지중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또한 주민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송전철탑 반대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철탑인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전자파 영향으로 건강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매스컴 보도 내용 등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한전 측을 압박했다.

문동신 시장은 “전력문제는 공단을 조성할 때부터 수요예측을 했어야 하는 것인데도(그러지 못했다) 지금와서 정부를 비방하고 싶지는 않다”며 “공기가 절대 부족한데다 사업비 등의 여력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중화는 어려운 만큼 경과지 주민들이 사업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면담장에 나온 문동신 시장

문시장은 특히 “이 사업은 전력공급이 시급하다는 군산시 요청을 받아들여 한전이 시행하는 것인 만큼 직접적이든 간접 보상이든 간에 주민들이 이해할 정도의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라며 향후 보상과정에서 주민 측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주민들은 그러나 반대의 본질이 보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중화 관철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이 보상방식 등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 이날 회의는 시종 냉냉한 가운데 결실 없이 끝났다.

무엇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한전관계자의 태도 역시 가뜩이나 폭발직전의 감정에 처한 주민들의 화를 북돋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위기와 성격상 이날 회의에서 뚜렷한 결론 도출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한전 관계자가 공식석상에서 주민 의견을 필요이상으로 반박하는 성숙치 못한 광경이 수회에 걸쳐 연출돼 과연 민심을 수습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조차 의문스러웠다는 후문이다.

한전 측의 이러한 강경 입장이 지속되자 일부 주민은 “피를 보지 않고서는 철탑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초강경 경고성 발언까지 대두되는 등 시종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이 나돌기도 했다.

회의에 참석한 모 공무원은 “한전 측이 민원을 풀기위한 것인지, 화를 돋우기 위한 것인지 애매할 정도로 민원응대를 잘못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 사안은 한전이 강경 입장을 보이기 보다는 민원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현실적으로 양측 입장을 만족시킬 대안이 부재한 현 상황에서 산업단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이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한전과 군산시의 포용력 있는 민원해결 의지 및 민원인 응대 등 정서적 측면의 교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안 부재 상황에서 상호 논리전만을 전개할 경우 자칫 감정전으로 확산돼 설상가상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