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가장한 살인사건을 저지른 후 교통사고라고 허위자백을 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30대 피고인에 대해 검찰이 살인죄로 다시 기소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한 사건에 대해 재판은 한번으로 끝나야 한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들어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와 살인 피고인이 과실 교통사고인 것 처럼 악의적인 허위자백을 해 가벼운 형량이 확정된 만큼 향후 범죄자들의 악용 방지와 사회정의 차원에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사건 개요

피고인 박모(33)씨는  지난 3월 27일 오후 4시 30분경 승용차를 운전하던중 군산시 임피면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피해자 김모 씨(81)를 들이 받아 숨지게 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사고이후 자신이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해 지난 7월 16일 전주지법군산지원으로부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를 포기해 1심 선고형량이 확정됐다.

박씨는 사고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김씨 유족에게 전달한 후 새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박씨가 돈을 잘쓰고 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한 군산경찰의 6개월에 걸친 끈질긴 수사 끝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혐의를 받으며 지난 10월23일 박씨는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이후 경찰 및 검찰조사 결과 박씨는 사고발생 3개월전인 지난 2008년 12월 2개 보험사에 운전자보험을 중복 가입한 뒤 교통사고를 가장해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보험금 1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박씨에 대해 지난 12일 살인혐의로 구속기소 한 상태다.

쟁점은?

이번 사건은 허위자백으로 이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 박씨에 대해 검찰이 살인죄로 다시 기소해 처벌할 수 있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한 개의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다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과 확정판결 사건에 다시 공소가 제기되면 면소(免訴) 판결을 하도록 명시한 형사소송법 상의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군산검찰은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이중위험금지의 원칙은 존중돼야 하지만 허위자백을 한 악의적 범죄자들이 이 원칙을 ‘형벌로부터 안전한 도피처나 보호우산’으로 악용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검찰은 또한 살인죄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는 범죄 구성요건, 죄질, 법정형이 현저히 달라 별개 범죄로 봐야하는 만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한 확정판결의 영향이 살인죄에는 미치지 않으므로 박씨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사회정의 차원에서 “철퇴로 응징해야 할 것을 회초리 만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더욱 무거운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법조계 또다른 일각에서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과실치사와 살인죄는 기본 사실관계가 동일하므로 기 확정된 판결이 살인죄에도 미친다며 기소전에 검찰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거나 기소후에는 법원에서 면소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피고인 박씨의 사례에 대한 법리적 시각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으나 이 사건과 동일하거나 유사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현재까지 없는 상태여서 재판과정의 치열한 법정공방과 법원의 최종 판단에 첨예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