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전력공급을 위한 군산~새만금 송변전설비 확충 사업이 지중화를 요구하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2년 6개월 째 표류하고 있다.

2008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불거진 이 사업은 한국전력공사가 1289억원을 투자해 임피면~대야면~회현면~신관동~개사동~산북동 구간에 변전소 1개소와 30㎞ 가량의 송전선로를 설치하고 92기의 철탑을 세우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주민들과 한전은 지중화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양 측의 대립각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전과 송전선로 계약을 체결한 시공사 측이 대야면 보덕리에 현장사무실을 건립하면서 주민들의 반발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송변전 설비 왜 필요한가?

한전에 따르면 현재 군산지역 전력 공급가능량은 120만㎾로 지난해 말 까지 10만㎾의 여유 전력이 발생했으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에는 15만㎾, 2012년 이후에는 70만㎾의 전력 부족이 예상된다.

OCI 등 기존 기업이 공장증설에 나서고,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 및 신규 입주기업 등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OCI군산공장의 경우 공장 증설로 올해 말 12만㎾의 전력 공급을 요청한 상태다.

또 새만금산단 1공구에 기업입주가 본격화 되면 추가로 100만㎾의 전력공급이 필요하며,  오는 2018년에는 새만금 산단지구에 200만㎾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새만금군산경자청은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송변전설비 확충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겨 기업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추진상황은?

주민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나 일단 군산시는 지난해 말 송변전설비가 설치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마친 상태다.

현재 진행중인 송전선로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오는 9월경 마무리되면 10월경 송전선로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늦어도 11월경에는 345㎸ 송변전설비를 착공한다는 것이 한전과 군산시의 방침이다.

내초도 옥녀교차로 인근에 건립될 변전소는 현재 부지 확보를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 3월 GS건설과 송전선로 사업 계약을 체결했으며, GS건설은 6월중순 부터 대야면 보덕리에 현장사무실을 건립 중에 있다.

주민 반발은?

주민들은 기업활동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공급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지가하락 등 재산권 침해가 불보듯 뻔한 철탑방식의 송전선로 확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면 지중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페이퍼코리아에서 금강하구둑 4.66㎞ 구간의 철탑 18기와 송전선로에 대해 군산시와 한전이 40억원을 들여 전면 지중화 결정을 하는 등 기 설치된 철탑조차 지중화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송전설비를 철탑으로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송전선로 경유지는 6개 읍면동 지역으로 이 가운데 회현, 옥구, 대야 등 3개 지역 주민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3개 지역 주민들은 공동반대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 8일 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플래카드를 내걸고 반대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경 송전선로 실시계획 인가가 이뤄지면 즉각 법적대응에 나서기로 하고 변호인 선임을 마친 상태다.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앞으로 주민총회를 통해 의견을 결집 한 후 대규모 반대 집회 개최를 논의할 계획이다”며 “주민들은 무엇보다 시공사 측이 대야면에 건립한 현장사무실에 대해 주민을 무시한 처사로 생각하고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야면 보덕리에 설치된 송전설비 건설 현장사무소.

앞으로 전망은?

현 상태라면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송전선로가 도심이 아닌 임야와 농경지를 지날 경우 지중화 사례가 전무하다며 불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전은 특히 산업단지 전력공급이 시급한 상황에서 철탑방식에 28개월 소요되는 공기가 지중화방식으로는 82개월로 대폭 늘어나고, 공사비 역시 970억원(철탑)에서 5300억여원(지중
화)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중화 방식은 곤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군산시 역시 철탑방식은 한전이 100% 비용부담을 하지만, 지중화는 군산시가 50%(약2650억여원)를 부담해야기 때문에 열악한 재정여건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2년6개월간 지루하게 전개된 송변전 설비 집단민원은 주민과 한전의 막바지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한 법적 심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법원 확정판결 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결과적으로 공사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산업단지 조기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토지 강제수용에 나설 경우 주민들의 고강도 반발과 집회 등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해법은 없나?

송변전설비 집단민원을 지켜본 일반 시민들은 안정적 전력공급을 바라는 기업의 입장과 지가하락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입장 모두를 외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때문에 한전과 군산시 모두 법적 테두리에서 틀에 박힌 해법을 모색하기 보다는 공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될 주민들의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한전은 철탑과 선하지, 공사용 임시도로 등에 대해서는 감정평가를 기초로 정당한 보상을 실시해준다.

하지만 전력사업이 시급한 현안인 만큼 직접보상 과정에서 주민들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일정부분 인센티브 부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송전선로 경과지와 약 350m 인접한 마을에 대해서는 영농시설 등 소득증대사업, 도로 및 상하수도·체육시설 등 공동시설, 장학기금 등 육영관련 사업 등을 지원하게 된다.

군산시는 지난해 경과지 6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주민숙원사업을 조사해 104건을 접수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렇듯 공동의 지역 지원사업이 당장 개인재산 침해에 따른 피해의식을 가진 주민들에게 큰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철탑 경과지 주민 김모 씨는 “한전이 절대로 지중화를 못하겠다면 법을 내세우기 보다는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시 관계자 역시 “주민숙원사업에 대해 조사를 마쳤으나 지중화만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대화한다는 것이 너무 민감해 어려움이 크다”며 “주민을 위한 간접지원책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업주체인 한전이 민원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주민은 물론 군산시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어 한전 측의 보다 적극적인 민원 해결 태도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