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페이퍼코리아 이전 문제가 문동신 시장의 민선5기 선거공약으로 채택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공장 가동과정의 악취 민원이 지속됨은 물론 가뜩이나 낙후된 동부권 개발에 이 회사 공장부지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회사 측 역시 지역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페이퍼코리아 이전 필요성 및 과제 등을 심층 진단해본다.

어떤 회사인가?

페이퍼코리아는 53만 8000여㎡(약 16만2000여평)의 부지 가운데 현재 절반 가량을 공장 용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수목 숲과 나대지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정규직 280명을 비롯해 협력업체 120명, 계열사 80명 등 480여명이 이 회사를 통해 경제생활을 하고 있으며, 연매출 2000억원·연간 순수 인건비 규모만 200억원에 달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전신인 고려제지, 세풍제지 등으로 친숙하게 알려져 있으며 1940년대 국내 최초로 제지생산을 시작한 이래 70여년 가까이 군산에서 뿌리를 내려온 향토기업 이미지가 강한 기업이다.

하지만 신문용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야기됨은 물론 광범위한 공장 부지가 동군산 도심 개발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되면서 기업 활동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문시장, 회사이전 공약 공식 채택

문동신 시장은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동군산과 원도심 개발의 장애물인 페이퍼코리아 부지를 친환경택지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서부권에 치우친 군산의 편중 개발을 내흥동 신역세권과 연계한 페이퍼코리아 부지 택지개발을 통해 균형발전 및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선거 당시 문 후보는 페이퍼코리아 공장이전 문제나 개발비용 등은 회사 측과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과 군산시 입장은?

회사 측은 문 시장의 페이퍼코리아 이전공약에 맞춰 신속한 자체검토에 착수했다.

우선, 외부 전문기관에 부지이전 타당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용역을 지난 7월 의뢰한 상태다.

조만간 용역 결과가 나오면 현 공장부지를 철거하고 본격 개발 할 경우 부지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과 향후 군산지역의 주택수요 등 사업성 등에 대한 전망 등을 판단하게 된다.

페이퍼코리아는 그동안 부지 이전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막대한 비용 등으로 인해 이전에 대한 회사의 공식입장을 밝히는데 신중을 기해왔다.

하지만 문동신 시장의 선거 공약으로 이전문제가 수면위로 급부상하자 현 공장 부지의 활용가치를 최대한 높인다는 전제하에 이전 필요성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군산시는 페이퍼코리아 이전을 위해 예산의 직접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측에서 이전문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만큼 행정 지원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전 선결 조건은?

페이퍼코리아는 공장이전 필요성에 긍정적이지만,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현재의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전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공장부지는 군산시 도시관리계획상 준공업지역과 일부 전기공급설비로 지정돼 있으며, 미래 도심 발전방향을 고려한 2020년 도시기본계획에는 주거용지와 근린공원으로 용도가 결정돼 있다.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공장이전이 확정될 경우 준공업지역인 현재 부지를 개발가치가 높은 주거용지 등으로 도시계획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치산업인 제지공장의 특성상 기계장치를 옮겨 새로운 라인을 세팅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신규 부지 매입비로 들어가는 비용 투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현 공장부지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이전후에는 담보대출 등이 크게 제약 받아 경영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이전 필요성은 이미 공감하고 있으나 이전후 기업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재무적인 부분의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제 아무리 도심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할지라도 법적 문제없이 정상 가동중인 기업이 채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도시계획 용도변경이 쟁점

페이퍼코리아의 공장용지 도시계획 변경 주장은 나름대로 당위성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군산시 관계자는 “기업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해온 시가 적법하게 가동 중인 기존 기업의 공장이전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시발전이라는 공익적 관점에서 이전이 필요하다면 회사 측의 비용부담이 최소화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도시계획 변경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 준공업지역을 주거지역 등으로 도시계획을 변경해주는 것에 대한 특혜논란 및 일각의 부정적 시각이다.

용도변경으로 공장 땅값이 현저히 높아지기 때문에 회사 측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회사 측은 도시계획 변경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공장이전은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법은 없나?

악취민원 해소 및 동부권 군산발전을 위해 공장 이전이 필요하다면 기업이 이전을 조기에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협력적 분위기 조성이 요구된다.

군산발전에 현 공장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회사의 명운이 걸린 이전 문제는 ‘기업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지역사회 비협력적 시각이 존재하는 한 페이퍼코리아 이전문제는 해법에서 멀어져 오랜 난제로 남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군산시 장기 도시기본계획상 현 공장용지에 대해 주거용도 개발을 계획한 상태라면 회사 이전이 용이하도록 도시계획 변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지역개발과 기업애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인데 회사 측에 대한 지역사회의 무관심속에서 이전 필요성만을 부각시킬 경우 자칫 지역 기여도 높은 향토기업 하나가 더욱 우수한 조건의 타 지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군산시의회 채경석 의원은 “페이퍼코리 이전으로 동군산 개발이 활성화되고, 악취민원 등이 해소된다면 도시계획 용도변경을 해서라도 이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공익을 위해 이전을 주장하면서 합리적 수준의 사익을 외면하거나 특혜논리 만을 내세워 용도변경을 반대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신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