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과 서천을 이어주고 있는 금강하구둑 전경.

군산과 서천은 지리적으로는 불과 30분 남짓한 근거리에 있지만 서로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은 멀다 못해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차갑기만 하다.

상당수 서천군민은 군산지역 개발에 속도가 붙을수록 서천의 경제력과 인구가 군산으로 빠르게 유출돼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군산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고 못하고 있다.

서천군과 맞물려 군산 발전을 설계해야 할 군산시민들 역시 결정적 일때 일부 서천군민들이 군산 발전과 밀접한 주요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서천군에 불만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웃사촌 처럼 다정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적·지리적 여건을 갖추고도 서천군은 군산에 대한 피해의식 속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군산시는 지역발전에 서천군이 심심찮게 딴지를 건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군산·서천 무엇으로 갈등하나?

군산시와 서천군의 갈등 사례 대다수는 서천군 쪽에서 피해를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1990년대 후반 군산 해망동 해상도시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을 보이기 시작한 양 지역은 방폐장 건립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데 이어 군산시 경암동에 LNG복합화력발전소 건립을 놓고도 서천군 어민들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올해는 금강하굿둑 일부 구간을 허물어 해수유통을 시키자는 서천 쪽 주장이 대두돼 전북도가 반대입장을 천명했다.

문화관광적 측면에서도 군산시가 추진하는 금강호 철새축제를 놓고 서천군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한때 공동개최 방안도 논의했으나 무산됐고, 고려 최무선 장군의 진포대첩 전승지를 놓고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서천군이 법정 다툼에서 패소한지 8년여 만에 또다시 서해연안 공동조업구역 조정을 요구하며 군산과 서천 앞바다를 양측 연안어선이 공동 조업할 수 있도록 해상도계 재설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충남도의회와 서천군의회, 서천군 등 공공기관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군산-장항간 군장대교 건설에 대해서도 서천에서는 오는 2013년 교량 준공시 군산-서천간 이동시간이 현행 30분에서 10분대로 단축되기 때문에 군산에서 서천의 상권과 경제력을 흡입하는 이른바 빨대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군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군산시민들 반응

서천군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군산시민들은 일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상도계 재설정 요구와 같이 이미 법원 판결이 난 부분까지 서천에서 또다시 재론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모전인데다 일일이 대응할 경우 자칫 공론화 등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상매립지 활용이나 군장대교 건설 등 지역개발사업의 경우 서천군에서 반대입장을 보인다 하더라도 결국 큰 틀에서 군산시가 원하는 방침대로 추진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서천군의 피해의식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또다른 이유다.

한마디로 군산의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서천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속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러한 지엽적인 이유가 새만금 등 풍부한 지역인프라와 더불어 도약하는 군산 발전의 물꼬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시민들의 중론이다.

군산-서천 상생 방안 찾아야 

 
불과 3년후 군장대교가 완공되면 군산과 서천의 이동거리는 10분대로 좁혀진다.

군산시내 구암동에서 조촌동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군산-서천 이동거리가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다.

군산시민들은 이렇듯 공간적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서천군과 시시비비를 떠나 더 이상 갈등이나 반목하기보다는 도계(道界)를 넘어서라도 합리적 상생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단적으로 군장대교 준공은 양 지자체의 공간적 거리감을 크게 단축시키는 계기가 되지만, 정서적 거리감은 오히려 더욱 멀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따라 공간적으로 가까워진 군산-서천 관계를 정서적으로 가깝게 하기 위해서는 새만금권인 김제 부안은 물론 서천군과 군산시를 하나로 묶어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해 12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1%인 1263명이 군산+김제+부안+서천 통합, 36%(1102명)는 군산+서천을 통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설문 응답자 77% 이상이 군산과 서천의 통합에 찬성 입장을 보일 정도로 양 지역의 동질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최근 서천지역 언론에 따르면 군장대교 개통이 서천에 경제적 파급효과 뿐 아니라 군산과 서천의 통합분위기에도 급물살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서천지역 일부 여론도 군산과의 통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군산과 서천이 가깝고도 먼 어색한 이웃사촌 관계에서 벗어나 동일 문화권내 동질감 속에서 상호 동반발전 할 수 있도록 대승적인 차원의 통합논의를 시작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여론이다.

아울러 각종 민감한 지역현안에도 불구하고 2003년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군산-서천 행정협의회의 조속한 재개와 양 지역 민간단체 차원의 교류 활성화 및 이에 대한 행정지원 강화 등도 군산과 서천의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군산시민회의 관계자는 “군산과 서천은 서로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에 익숙해지기 보다는 행정구역 통합과 같은 먼 미래를 준비하는 건설적인 지혜를 결집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며 “이를 위한 민관 차원의 교류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