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군산공장이 새만금 전력난을 이유로 새만금 산단에 10조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투자 유보 가능성을 공식 밝히면서 전력공급 지연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만금산단 전력확충 사업은 지난 2008년 군산시의 요청으로 한전과 군산시가 협의를 시작하면서 출발했다.

이때만 해도 지방산단 내 OCI 군산공장의 전력 부족난 해결이 주된 과제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새만금지구 전력확충 사업으로 과업 규모가 커졌다.

전력공급 문제가 기존 군산시의 현안 범위를 벗어나 새만금사업을 관장하는 정부부처와 새만금 경자구역을 관리하는 새만금경자청 및 전북도로 확대된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3년 동안 산단 송전선로 확충 문제는 군산지역의 현안으로 인식됐을 뿐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전북도는 지자체에 책임을 미뤄오다 뒤늦게 대처함으로써 전력난 해법을 지연시켰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전기공급 등 산단 인프라 시설에 대한 확실한 대책 없이 기업유치에만 매달려온 전북도 등 지자체의 성과위주 행정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OCI군산공장 관계자는 “새만금 투자 MOU 체결당시 전북도에서는 전력공급을 약속만 했을뿐 책임성이 없다”며 “이제 구두로는 안되고 전력공급을 책임있는 문서로 보장해야 한다”고 공개석상에서 발언 할 정도로 불만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전기 공급설비 다 갖춰놓고 투자하라는 곳이 많은데 왜 명품을 추구하는 새만금은 인프라 조차 갖춰놓지 않고 기업을 오라하느냐”며 준비안된 행정에 섭섭함을 털어놨다.

전력시설 공급의 주체인 한전의 미온적 대응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력확충 문제는 민원에 휩싸여 3년이 지나는 동안 철탑부지 도시계획시설이 결정된데 이어 진행중인 환경영향평가협의가 완료되고 실시계획인가만 이뤄지면 송전선로 사업은 곧바로 토지보상에 착수하게 된다.

얼핏 보기에 3년동안 송전선로 확충 절차는 더딘 속도일지라도 일보 진전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3년 전이나 지금 시점이나 주민들의 민원 요구나 반발 강도가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고강도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주민들의 지중화 요구에 대해 공기부족과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처음부터 불가 입장을 천명하면서 속 깊은 대화를 외면해왔고, 급기야 최근에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장기적 지중화 시설 계획을 명시하라는 전주지방환경청의 보완요구 마저 사업비 부담과 공기 과다 등을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철탑이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실시계획 인가만 나면 곧바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형국이다.

민원에 속수무책인 군산시와 시의회 일각에서는 민원을 해결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한전의 대응노력이 미흡하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한전이 전국적으로 논과 같은 농촌지역의 지중화 선례가 없다는 입장만을 초지일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산업단지 입주를 계획한 OCI 군산공장 등의 기업은 전력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계획 투자가 어렵다며 전라북도와 한전을 향한 불만을 높이고 있다.

주민들은 철탑방식으로 할 경우 전자파로 인해 건강 악화가 우려되고, 땅값 마저 떨어진다며 철탑 설치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전력공급을 둘러싸고 파생된 문제인데 이상하게도 산단 입주기업체나 토지를 가진 농민들만이 애 타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오히려 민원해결 지연으로 전력공급 대란을 우려해야 할 전력공급사업 주체인 한전 측이 여유를 보이고 있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력공급이 산업단지 기업유치를 위한 필수 인프라이기 때문에 굳이 한전이 나서지 않더라도 전북도나 군산시 등이 전력난 해소에 발벗고 나설 것이라는 안일한 관점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3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민원 해결 없이 실시계획인가가 이뤄지면 토지수용 등 법적절차를 통해서라도 사업 강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전이 민원응대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산단전력난 해법을 위해서는 재산권과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지중화 요구에 대한 냉철하고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공유하려는 한전의 자세 변화가 선행돼야 하며, 정부와 전라북도가 해법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