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업차 군산을 찾은 수도권 인사 김모 씨는 우연한 기회에 군산시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적지 않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동안 언론보도 등을 통해 군산이 새만금시대 산업·관광 중심도시로 부각되고 있는데다 각종 대기업 유치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으나 정작 시민들은 아직도 지방 소도시 군산이라는 고정관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사는 이모 씨 역시 군산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새만금 방조제에 대해서 물었으나 “홍보만 요란하지 막상 와봐야 황량한 바다 말고는 별로 볼 것도 없다”는 무색한 답변을 들었다.

지난해 4월 새만금 방조제 개통이후 연말까지 8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관광명소가 되고 있으나 군산시민들의 새만금에 대한 자부심은 지극히 낮다는 것을 단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군산시내 한 기관장은 “전국 각지를 다녀봤지만 은파관광지와 월명공원 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심공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군산에 사는 직원들은 ‘뭐 특별한 것도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의 결핍된 애향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즈음 군산은 세계 최장의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새만금 방조제 개통과 더불어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각종 개발사업도 활기차게 추진되는 등 이른바 ‘군산의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렇듯 군산의 외형적·하드웨어적 개발은 가속도가 붙고 있으나 구성원인 군산시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존감과 자부심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외부인들은 지방도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군산의 개발붐을 부러워하고 있으나 정작 군산시민들은 이러한 발전적 변화와 도약 기대감 조차 실감하지 못한 채 과거의 낙후 군산이라는 우물안 사고에 머물러 있는 등 군산발전을 느끼는 온도차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군산에 대한 시민들의 부끄러운 자부심은 대표적 공공기관인 군산시 공무원들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군산시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2010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73개 시(市)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민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부청렴도 평가에서 군산시는 전국 2위를 차지했으나,  정작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 청렴도 평가에서는 매우우수·우수 등급보다 낮은 ‘보통’ 등급에 그쳤다.

이는 외부에서 시민들이 볼 때 군산시 행정을 청렴하다고 판단하는데 반해 공무원 스스로는 행정조직 청렴도를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공직사회 자부심과 자존심 결여의 단적인 예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따라 2011년 새해 군산이 새만금 시대를 선도하는 명품도시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프라 시설확충 등 외형적 발전 못지않게 군산 및 군산시민이라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자존감 고취가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군산은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가 있고, 인구가 8년만에 27만명선을 회복하는 등 꾸준한 증가곡선을 보이는데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OCI·세아베스틸 등 세계적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예술회관과 박물관 건립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프라 확충이 한창이다.

지난해 국내 경기침체 속에서도 군산은 전국 규모의 각종 스포츠 대회와 국제규모의 행사인 IAEC 아·태지역 군산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으며, 군산쌀은 정부기관이 주관한 고품질브랜드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위를 돌아보면 군산과 군산시민이라는 타이틀 자체만으로도 전국은 물론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시민들은 이러한 비교우위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2011년 새해에는 군산에 애정을 갖고 군산만이 보유한 긍정적인 것들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외부에 군산을 홍보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시민들의 의지가 요구된다.

8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 관광객을 맞아본 관광도시 시민답게 길거리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무단횡단 등 사소한 교통법규를 준수하려는 시민의식 확립이 절실한 때다.

 군산 시민회의 관계자는 “옛말에 흔히 사람은 자신이 잘 알고 가까이 있는 것보다는 잘 모르고 멀리 있는 것을 더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가까운 무당보다는 먼 무당이 영하다’는 말이 있다”면서 “새해부터는 군산의 외형 성장에 맞춰 시민들의 자부심과 긍정적 마인드를 높이는데 행정과 기관단체가 적극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