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권에 소재한 군산초등학교 이전 문제가 지역주민들과 교육당국 간의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갈등의 골만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원도심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원사모)이 학생들의 학습권 향상과 원도심 공동화 해소를 위해 군산초등학교 이전을 적극 추진하는 것과 달리 군산초등학교 등 교육당국은 학교 이전에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초등 이전 문제는 주민과 학생, 학부모, 교육당국 등 이해당사자들의 폭넓은 의견수렴 및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기 보다는 처음부터 각자의 입장을 강조하는데 급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원도심권에서 군산초등 이전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는 있으나 이전 찬반 여론형성을 위한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논의 자체가 폭넓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칫 주민들과 학교당국의 감정대립이 우려된다.

실제로 군산초등학교는 지난 18일 학부모총회를 열어 80여명의 참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이전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했다.

학교측은 이날 의견수렴에 앞서  ‘학교 이전 관련 건’을 통해 “학교라는 교육기관은 몇몇 사람들이나 모임에서 존폐 문제를 거론할 사항이 아니다”고 전제해 사실상 학교 측이 이전 불가입장을 피력해 학부모들의 진정한 의견수렴을 위한 의지를 무색케 했다.
 
또한, 찬반 의견수렴 과정에서 학생의 이름과 학년, 부모의 연락처와 이름까지도 적어 제출토록 해 학부모들의 참된 의견수렴이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학교이전과 같은 민감 사안에 대한 여론수렴 과정에서 학교 측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후 학생과 학부모 이름까지 적어 내도록 한다면 설령 찬성하는 사람일지라도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의식해 어느 누가 찬성입장을 표명하겠느냐”며 여론수렴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설문결과 대다수 학부모들이 학교 이전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현재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바라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학부모의 설문조사결과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원사모 등 주민들은  “학교측의 이번 설문조사 방식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모두 잃은 것”이라며 “학교측이 지역민의 여론을 의도적으로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산초등 이전문제에 대한 학교 측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찬성과 반대 여부를 떠나 지역 현안에 대한 공공기관으로서의 균형감과 책임성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뜻있는 시민들은 “군산초등 이전 문제가 어쨌든 지역 주요 현안으로 대두된 상황이라면 찬반을 떠나 학부모든, 주민들이든 자율적인 여건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군산초등 이전은 원사모를 중심으로 한 원도심권 주민들이 관내 학생들의 교육여건 개선과 도심 공동화 해소를 위해 도교육청에 이전 내지는 통합을 진정하면서 발단이 됐으나 도교육청과 학교 등 교육당국의 부정적 입장속에서 찬반논의 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