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주민들이 9년여 째 도선이 운항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으나 중앙부처와 전북도 등 관계기관은 새만금 행정구역 분쟁에 따른 일부 지자체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선외기 이용해 아슬아슬 운항

190 여 세대 460여명이 살고 있는 비안도는 과거에 여객선이 다녔으나 새만금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여객선 운항이 끊긴 지 올해로 9년 째다.

주민들은 작은 선외기를 이용해 비안도~가력도(새만금방조제) 4.5㎞ 구간을 오가면서 생필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소형 선외기의 경우 기상악화시 안전을 위협받는 데다 연료비도 만만치 않아 어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비안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새만금사업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푸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광섭 비안도 어촌계장은 “9년여 째 여객선 운항이 끊긴 섬은 전국에서 비안도가 유일할 것”이라면서 “주민들의 일상 생활은 물론 관광객들의 불편이 이만 저만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선외기가 없는 주민이나 관광객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주고 사선(私船)을 이용하기 때문에 늘 해난사고 불안감을 떠안고 있다.

농식품부, 주민 불편 ‘나몰라라’

군산시는 주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가력도~비안도 구간에 도선을 운항키로 하고 지난 4월과 5월에 사업비 2억 9000 여 만원을 들여 매표소, 대기소, 화장실 등 편의시설과 접안시설 등을 설치했다.

이렇듯 도선운항을 위한 시설을 갖췄으나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가력선착장 사용승인이 지연되면서 뱃길을 열기 위한 절차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가력선착장 사용승인을 주저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군산시와 부안군 등이 새만금사업으로 매립된 가력도 일대를 놓고 행정구역 분쟁을 빚고 있다는 이유다.

군산시의 가력도~비안도 도선운항 추진에 대해 부안군이 향후 행정구역 관할 결정을 염두해두고 반대입장을 보이자 지자체간 행정구역 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농식품부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농식품부와 전북도는 군산시와 부안군의 갈등양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새만금 행정구역 분쟁의 정점에 서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도 등 갈등조정 구멍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불편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할 관계기관이 도선이 운항하지 않아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새만금 행정관할을 주장하는 일부 지자체를 지나치게 의식해 가력선착장 사용승인을 미루는 것에 대한 불만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도선운항을 계획한 비안도~가력도 구간은 현행법상 군산시 행정구역으로서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편의를 위해 도선운항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농식품부가 이를 미온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한 지나친 보신주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도의 맥 풀린 갈등조정기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460여명의 도서민들이 뱃길 부재로 겪는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이 부안군과 군산시 사이에서 조정, 중재역할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광섭 어촌계장은 “주민들은 행정구역이 어디든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섬 사람들은 바닷(도선)길 없이 매일 선외기에 몸을 싣고 불편하게 다니는 지금 생활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고 말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비안도 도선운항을 위한 시설 준비는 완료됐으나 가력선착장 사용승인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농식품부와 전북도 등을 주축으로 가력선착장 운영관리규정이 마련되면 운영협의회를 구성해 도선 운항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산, 김제, 부안 등 새만금 인접 지자체들이 참여하는 협의회에서 제논에 물대기식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비안도 도선운항 등 당면 현안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이뤄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비안도 주민들은 도선 운항을 외면하고 있는 관계기관의 무사안일 행정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서 주민 서명을 거쳐 국민감사 청구 및 청와대 민원제출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