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행정 부조리 근절을 위해 도입한 ‘건축사 업무대행건축물 제도’가 군산지역 일부 건축사들의 허술한 업무처리 및 도덕 불감증으로 헛돌고 있어 건축사들의 자성이 요구된다.

건축사 업무대행건축물 제도는 건축사 본인이 설계·감리한 건축물을 본인이 검사하는 불합리성을 배제하고 사용검사 과정에서 공무원과 건축주간의 유착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군산시의 경우 1995년부터 시 건축조례로 제정,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군산시에서 건축허가가 이뤄지는 건물의 건축허가 현장조사는 설계 건축사에서, 사용검사업무 대행은 군산시가 지정한 제3의 군산지역 등록 건축사가 대행하고 있다.

하지만, 군산지역 일부 건축사들이 건축 감리 및 사용검사업무 대행 과정에서 건축법이나 건축사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공공연히 발생하면서 건축사들의 준법의식 및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4월 사용승인이 난 나운동 모 교회의 경우 건축물 일부가 도시계획도로 1.1m 가량을 침범한데다, 미관지구에 적용되는 건축선 2m 후퇴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불구하고 건축 감리 및 사용검사 건축사는 이러한 사실을 적발하지 못 한 채 준공됐다.

그 만큼 건축사의 감리 및 사용검사가 허술하게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불법사실은 지난해 10월 백토로 지하차도 공사 설계를 위한 현지측량 도중 우연히 드러나면서 인지됐고, 결국 건축설계 및 감리를 맡았던 A건축사는 10개월 업무정지, 사용검사를 대행한 B건축사는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설계 감리 건축사가 건축선을 지정하기 전에 현황측량만 정확히 했더라면 얼마든지 관련 규정을 지킬 수 있었다”면서 “건축사들의 허술하고 형식적인 감리 업무가 빚어낸 단적인 문제 사례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제의 불법 건축물인 교회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비롯한 시정조치 등 치유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초에는 개발붐을 타고 부쩍 늘고 있는 오식도동 원룸 신축과정에서 일명 ‘방쪼개기’ 와 같은 불법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지역 건축사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실제로 오식도동에서 임대수익을 노리고 불법적으로 원룸의 방 수를 늘려온 군산지역 건축사 4명이 지난 1월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적발돼 이 가운데 1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건축물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막아야 할 건축사들이 건축주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거나 조장하는 등 불법을 방관 내지는 부추기다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이렇듯 올들어 관련법을 위반하는 군산지역 건축사들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선도해야 할 건축사들이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거나 건축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건축사 업무대행 및 건축 감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전문직렬 종사자로서 양심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