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다.
아이가 형제들과 쌈을 하자 어머니는  형제들에게 싸우려면 집을 나가라고 했다.

고집이 세고 철없는 아이는 울면서 집을 나갔다.

집 나가는 아이를 본 어머니는 더욱 화가 나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었다.
아이는 시쳇말로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 기자의 어렸을 적 이야기다.

오늘(20일) 군산지역 한 초교 교사의 훈육방식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교사는 말썽꾸러기인 아이를 훈육하기 위해 ‘아이에게 반성문을 쓰든지, 청소 하든지 혈서 쓰든지’ 셋중에 하나를 택일하라고 지시하고 자리를 떴다.

교사는 당연히 아이가 반성하고 청소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말 안 듣는 자식에게  ‘집 나가라’고 하듯이......

그러나 결과는 어처구니없게 혈서를 쓰겠다고 자신의 손가락을 벤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학교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그런데 언론에 알려지고 결과적으로  군산에 있는 교사가 아이에게 혈서를 강요한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군산교육청에서도 진상조사를 한다고 한다.
어머니가 알았더라면 몽둥이로 찜질을 당할 일이다.

물론 기자가 교사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혈서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고 생각하고  학생을 조용히 관찰하는 세심함이 부족했다.

문제는 언론의 시각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초등학생의 철없는 행동에 대해 혼을 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그게 아니었다. 마치 군산에 있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혈서를 강요하는 무식한  교사로 비쳐지게 보도된 것이다.

언론은 이번 일을 보도할 때 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 했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정도의 사건은 굳이 전국에 알리지 않아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자정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 권리라고 주장하겠지만  알권리만을 내세우기에는 우리 언론의 자정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번 일은  교사의 한 마디 말이 순순한 영혼을 가진 아이에게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혹시나 이번 일로 인해 일선 교육현장의 교권이 너무 위축되지는 않을지 솔직한 우려가 앞선다.

직필민원 곡필천원( 直筆民怨 曲筆天怨 )이라는 말이 있다.
옳은 글을 쓰면 사람한테 원망을 듣고 곡필을 하면 하늘로부터 원망을 듣는다는 말이다.

기자가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려주는 글귀이다.

오늘 일이 사람한테 원망을 들을지, 하늘로부터 원망을 들을지는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