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가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미성~열대자간 도로개설공사 노선안을 두고 사전 고지없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적정성 논란과 함께 또 다른 민원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미성~열대자간 도로개설공사는 해성교회~군산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까지 약 3.27km 구간, 폭 30m 규모의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이다.

 총 230억원(국비 115, 시비 115억원)의 투자되는 이번 사업은 내년초 실시설계 용역과 보상절차를 거쳐 오는 2015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군산시는 지난 12일 산북동 광성교회에서 주민과 토지주 등 약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성~열대자간 도로개설공사 사업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주민설명회에서는 사업 추진방향과 추진절차, 노선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주민설명회에서는 노선안 방향이 쟁점사항으로 대두됐다.

 시는 ▲해성교회 반대편 노선(1안) ▲해성교회 인근 노선(2안) ▲해성교회 기준 양 방향 노선(3안) 등을 제시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3가지 안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가 투표를 통한 노선안 결정을 건의했다.

 상당수 주민이 자리를 뜬 채 진행된 이날 투표에서는 총 89명 중 약 60%가 1안 노선에 대해 찬성에 동의했다.

 문제는 시가 투표에 대한 공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전 고지없이 무리하게 투표를 실시했고, 투표 결과를 토대로 사업 추진과 함께 주민 설득작업에 나설 계획이어서 향후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번 투표를 두고 대다수 참석자들은 약 230억원이 투자되는 대형 사업을 사전 고지없는 투표로 노선안을 확정한다는 발상 자체에 대해 객관성이 결여됨과 동시에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참석자는 “이날 투표에 참여한 대다수 사람들은 토지주들로서 당연히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1안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수백억원이 투자되는 중차대한 사업을 즉흥적으로 투표로 결정한다는 사실이 촌극이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주민들의 재산권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현장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행정기관 또한 최적의 노선안을 제시해 주민 설득이 아닌 사전 예고없는 투표를 통해 주민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날 투표는 전체 의견이 아닌 소수의 의견에 불과하다”며, “이제라도 시가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주민들의 진정한 의견수렴을 통해 사업추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현장 주민설명회 분위기에 따라 부득이 투표를 실시했고, 객관성이나 민원소지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단 참석자 과반수 의견이 모아진만큼 1안으로 노선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과의 소통을 뒤로한 채 투표라는 행정편의적 사고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군산시의 졸속행정에 대해 시민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