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7일 송전철탑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 광경

토지주들과 한전 등이 극적 타협을 이루지 못할 경우 토지수용 등 강제절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자칫 격렬한 주민 저항이 우려됨은 물론, 갈등 장기화로 인해 새만금산업단지 전력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새만금산단 송전선로 사업은 2012년까지 905억원을 들여 임피 군산전력소∼새만금변전소 구간(34㎞) 5개 읍ㆍ면ㆍ동에 철탑 92개와 선로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시행자인 한전은 3년 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지중화를 요구하는 주민 반대 및 한전 등의 형식적인 의견수렴으로 인한 반발이 확산되면서 본 공사를 못한 채 법적다툼이 진행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한전은 송전선로 공사의 시발점인 임피면 일대 일부지역에서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송전철탑이 경과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철탑으로 인해 전자파 피해가 우려되는 데다 토지 활용도가 떨어져 땅값 하락 등이 불가피하다”면서 “송전선로를 철탑 대신에 전면 지중화 하고, 송전선로 노선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반발이 확산되자 한전은 지난 6월 사업이 시급한 구간 28필지를 우선 수용하기로 하고 전북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요청해 도의 재결을 받았으나 토지주들의 이의신청으로 현재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중앙토지수용위의 심의 기간은 최대 120일이기 때문에 오는 10~11월께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때까지 사업진행은 사실상 답보상태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철탑 반대 주민들은 중앙토지수용위 재결이 나오더라도 공사진행을 저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이 사업 추진에 적잖은 진통이 불기피할 전망이다.

반대 주민들은 현재 군산시와 지식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각각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지정 및 실시계획인가처분'과 '송전선로 공사계획인가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새만금 송전선로 사업이 3년째 차질을 빚으면서 장기 민원으로 치닫고 있으나 법적, 제도적 다툼 외에는 상생의 해법을 위한 대화와 타협 등의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유관기관의 무기력한 갈등조정 능력에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토지수용과 법정싸움 등 강제적 수단만으로 송전선로 민원을 밀어붙일 경우 향후 민관 갈등은 물론 공사진행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모두가 피해를 감수하며 최후의 강제적 수단에 의존하기 보다는 한전과 주민들, 군산시와 전북도 등이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할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군산상공회의소 장용익 사무국장은 “OCI가 당장 내년부터 10년간 10조 원을 들여 새만금산단에 태양광공장을 설립하려 하는데 가장 중요한 전력이 공급이 안 된다면 말이 되겠느냐?”면서 “토지주들의 처지도 이해되지만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이제는 서로 감정을 누르고 타협점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시민회의 관계자도 “새만금산단 전력공급이 시급한데다, 철탑 설치로 인한 토지주들의 피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양측이 법적공방고 토지수용 등 강제절차로 감정의 골을 키우기 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법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한전은 예산타령만 하면서 지중화를 못한다며 토지수용절차에만 매달리는 자세에서 벗어나고, 토지주들 역시 무조건 지중화만을 요구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 차선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행정이 적극 중재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서울 행정법원 제2행정부는 송전철탑반대대책위가 지식경제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송전철탑 공사계획인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4차례의 심리를 마치고 내달 13일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