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의회가 지금까지 집행부 과장이 해오던 업무보고를 다음 회기부터는 국장급이 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해 집행부는 권위주의적 발상, 의회는 의회 경시풍조라는 각각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시의회는 최근 의장단 협의회를 통해 이러한 방침을 결정하고, 13일자로 군산시에 협조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모 시의원은 “업무보고자를 기존 집행부 과장에서 국장으로 변경키로 한 것은 해당 국 업무를 총괄하는 국장의 업무파악 수준을 높여 행정업무를 보다 책임감 있게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군산시 행정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장도 일선 과장들과 함께 현장중심의 업무에 밝고, 실무형 업무 파악에 익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집행부 일각에서는 “국장의 업무파악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상적으로 국 소관 현안업무를 조정·총괄하는 책임자인 국장이 보통 7개에 달하는 개별 과 업무를 모두 파악하고, 시의회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시간소요가 불가피한 점을 들어 자칫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시의회가 업무보고자를 국장으로 바꾸려는 것은 자칫 의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집행부 모 과장은 “어차피 시의원들의 질의가 세심하게 이뤄지면, 정확한 답변은 국장보다는 실무 과장이 해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 “실효성이 저하되는 방식을 굳이 왜 선택하려 하는 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모 재선 시의원은 “국장이 소관 과 업무를 숙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의회에서 직접 보고하는 것을 꺼리는 것 자체가 국장을 위한 권위주의적 태도이자 집행부의 의회 경시풍조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문제는 그동안 시의회 의정활동이 권위주의적으로 이뤄진 데다 일부 의원들간 품위손상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의회와 의원들의 자구 노력은 뒷전인 채 갑자기 업무보고자를 국장으로 바꾸려는 것은 자칫 의회의 빗나간 권위챙기기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의회 일각에서는 국장 업무보고에 대해 집행부가 필요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역시 그만큼 의회 위상과 권위가 추락했다는 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인 만큼 의회 차원의 쇄신과 자성론도 대두되고 있다.

한편, 전북도내에서 전주, 김제, 정읍, 남원 등은 과장이 시의회에서 업무보고 및 질의응답을 하고 있으며 익산은 지난해 말 본예산 심의과정에서 국장이 보고했을 뿐 일상 업무보고는 과장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