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예순인데 군산에서 이런 엄청난 비는 처음 봐요”

물 폭탄을 방불케 하는 268㎜의 집중오후가 내린 13일 오전 7시 문화동 삼성아파트에서 만난 60대 주민 김모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전날 밤 평소와 같이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했다가 새벽녘에 쏟아진 집중호우에 차량이 침수돼 엔진부위는 물론 차 내부까지 피해를 입었다.

이 아파트에서만 단지내 주차된 차량 수 백여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새벽 3~4시경 물이 최고로 차오르면서 1층 세대까지 침수 위기상황을 맞았다.

문화동 삼성아파트 단지에 물이 차올라 침수된 상황

주민들은 침수 차량을 바라보며 망연자실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를 닦고 청소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했다. 설상가상으로 전기까지 끊기면서 출근시간대 주민들이 겪은 불편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였다.

회사원 박모 씨는 “새벽에 밖이 소란해 나와 보니 단지내 차량 대다수가 물에 잠겨 있었다”며 “어수선하고 통로가 막혀 차량 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한마디로 한밤중에 날벼락 맞은 느낌이었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문화동 현대코아 지하주차장 입구에서는 40대 중반 가량의 한 여성이 지하에 차량을 주차했는데 물에 완전히 잠겼다면서 펄쩍펄쩍 뛰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상가는 지하 점포에도 빗물이 가득차면서 상인들이 발을 동동 거렸다.

현대코아 상가 지하주차장까지 물이 차올라 통행이 전면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됐다.

강모 씨는 “군산은 타 지역과 달리 비와 태풍 등 자연재해가 심각하지 않은 복 받은 곳으로 여기고 살았는데 하룻밤 사이 이렇게 도심 곳곳이 물폭탄을 맞고 폐허를 방불케 변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산에서 무너져 내린 토사가 아파트 주차장을 덮친 소룡동 상떼빌아파트 붕괴현장은 처참한 모습의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야산 비탈면에서 무너져 내린 토사 사이로 차량이 뒤엉키고 포개어 진채 나뒹구는 처참한 모습을 바라보던 일부 주민들은 혹시 이어질지 모르는 2차 붕괴사고에 대비해 가벼운 짐을 꾸려 집 밖으로 대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주민은 “이번에 토사가 유출된 곳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며 “짧은 시간에 감당할 수 없는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재해 위험지역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사태로 토사가 유입돼 아수라장으로 변한 소룡동 상떼빌 아파트 주차장

시민 정모 씨는 “새벽에 옛 보건소 사거리 일대 공단대로 주변을 지나다 차량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며 “비만 오면 침체되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반복되는데 과연 언제나 대책이 세워질지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나운동 공단대로 옛 보건소 사거리 일대 불어난 빗물로 차량이 떠다니고 있다.

영화동에서 상가 침수피해를 입고 물을 밖으로 퍼내던 한 주민은 “가뜩이나 더워서 여름 장사를 망쳤는데, 이번에는 폭우 피해를 입어 살길이 막막하게 됐다”며 탄식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문화동, 월명동, 중앙로 등 시내 저지대 주택과 상가에 빗물이 넘치면서 주민들이 밤샘 배수작업을 하는 등 곳곳에서 물 폭탄 피해에 따른 주민들의 한숨과 탄식이 이어졌다.

그나마 문화동에서 만난 한 상인은 "시간당 100mm 넘는 폭우라면 인간으로서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면서 "피해를 탓하기 보다는 민관 모두 하나되어 이번 비 피해를 복구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필요한 때"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