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가 큰 군산시를 특별재난지역에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특별재난지역 지정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규정돼 있어 비현실적인 제도를 게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13일 새벽 최대 440mm의 폭우가 내려 나운동과 문화동, 영화동 등 저지대 주택 418채와 상가 900여 채가 침수된데 이어 문화동 삼성아파트와 소룡동 성원 상떼빌아파트 등 아파트 단지 86개동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14일 오후 4시 현재 잠정 집계됐다.

또한, 산사태로 아파트 주차장에 토사가 유입되거나 단지까지 차오른 빗물로 아파트 등에서 2천여 대 가량의 차량이 침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외에도 농경지 침수와 축사 피해, 산업단지 도로 유실 등 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폭우 피해가 군산지역에서 속출했다.

이에따라 군산지역에서는 이번 폭우피해를 신속히 복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군산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까다로운 지정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이 되는 피해액은 지자체별 재정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군산지역의 경우 피해액이 75억원에 달해야 지정될 수 있다.

그것도 상가와 주택침수 같은 사유시설은 피해액 산정에서 제외되고, 도로 유실 등 공공시설 피해액이 75억원에 달해야 한다.

14일 오전을 기준으로 군산시가 대략 산정한 공공시설 피해액은 31억원선.

군산시는 이 금액이 읍면동에서 피해 접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 추산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피해액이 특별재난지역 지정 신청요건인 75억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피해액이 증가하더라도 지정 요건인 75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특별재난지역 신청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 재해대책법상 시·군·구의 최근 3년간 보통세, 조정교부금, 재정보전금의 연평균 규모와 피해액에 따라 국비 지원 대상 지자체가 결정되는데, 이 경우 ‘우심지역’은 공공시설 100％, 사유시설은 복구비의 30％가 지원된다.

군산의 경우 최근 3년간 평균 재정력지수를 고려할 때 우심지역 요건이 피해액 30억원에 해당되며, 14일 오전 기준으로 피해액이 30억을 넘었기 때문에 일단 우심지역에 따른 지원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요건인 75억원의 공공시설 피해액이 충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군산시의 고민이 늘고 있는 것은 이번 집중호우 피해가 공공시설 보다는 개인 주택이나 상가, 차량 등 사유시설에 집중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자연재해의 피해 유형과 범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특별재난지역 지정 요건을 획일적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불합리하므로 이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상가 침수피해를 입은 주민 김모 씨는 “폭우로 곳곳이 물에 잠기고 당장 먹고 사는 일 조차 막막한데 사유시설은 피해액 산정에서 제외하고, 특별재난구역 지정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이번 기회에 관련 규정을 현실에 맞게 대폭 손질을 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피해 상황을 계속 접수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액은 크게 늘겠지만 재난구역 지정 요건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면서 “보상이 난해한 상가나 주택 등 사유시설 피해가 커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