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코리아 공장 전경

이는 악취 민원과 동부권 균형발전에서 시작된 공장이전 문제가 갈수록 당위성 보다는 도시계획 용도변경 과정의 특혜의혹 쪽으로 치우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와 페이퍼코리아는 지난해 2월 공장이전을 위한 MOU를 체결한데 이어 같은해 7월말 각계 인사 18명으로 구성된 공장이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회사에서 제출한 개발계획 등을 논의하고, 공장이전 약속에 대한 이행담보 방안을 확보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시와 추진위는 준공업지역인 공장부지를 주거와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 특혜시비를 부를 수 있는 데다 도시계획 변경 후 공장이전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약속이행방안 및 개발이익환수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키 위해 논의를 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공장부지 등에 설정된 기존 근저당권을 존치시키는 대신에 공장부지를 신탁회사에 맡긴 후 만일의 문제 발생시 시가 신탁토지를 처분해 개발이익을 환수토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토지신탁의 실효성을 놓고 일각에서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더 이상의 진전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페이퍼코리아 이전 문제가 원점을 맴돌면서 이전 자체가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공장이전을 위해 구성된 추진위는 특혜논란과 회사 측의 약속 미이행 쪽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사실상 이전 협의 자체가 터덕거리는 상황이다.

군산시 역시 추진위의 이전 논의를 긍정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도시계획변경에 따른 특혜 논란을 최소화하고, 혹시라도 이전이 차질을 빚을 경우 불거질 행정적 부담을 줄이는데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페이퍼코리아 이전을 위한 도시계획변경에 대한 상급기관의 입장도 부정적 내지는 신중론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전북도는 “페이퍼코리아 공장이전은 공장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지역만이 아닌 군산시민 전체 입장에서 공감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악취로 시달리는 회사 인근 주민들의 불편 해소와 동군산 균형개발이라는 이전 당위성을 뒤로 한 채 가뜩이나 특혜의혹에 예민해져 있는 여론만을 믿고 따르겠다는 소신 없는 행정의 단면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군산시 관련부서에서 시장 공약으로 뜨거운 감자가 돼버린 페이퍼코리아 이전 업무의 민감성을 의식한 나머지 소극적으로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사안이 예민하기 때문에 공장이전을 추진하는 실무라인에서부터 지나치게 몸을 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전추진위원회 채경석 위원장은 “추진위는 회사 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됐는데 군산시  실무부서의 움직임은 지원이 아닌 견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이전 명분이 분명한 만큼 시는 이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위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위 내부에서도 “시의 입장이 이전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안해도 된다는 것인지 애매모호 할 때가 있다”면서 “보다 소신있는 행정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페이퍼코리아 관계자는 “이행방안 확보를 위해 토지신탁 안을 제시한 것은 회사로서는 신체포기각서를 쓴거나 다름 없다”면서 “이제는 군산시와 회사 모두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MOU 체결 취지에 맞게 상호 노력하는 것이 과제이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군산시는 페이퍼코리아가 주도하는 공영개발방식에 의한 이전을 희망하는데 반해 회사측은 군산시가 도시계획을 입안해 변경하는 지구단위계획 방식을 원하면서 이견이 있을 뿐 행정에서 이전업무를 소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페이퍼코리아 이전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의미한 특혜 논란만을 의식하는 눈치보기 행정이 아닌 악취해결 및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소신 행정과 회사 측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한편, 군산 동부권 중심에 위치한 페이퍼코리아는 평소 심각한 악취발생으로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주고, 향후 역세권과 연계한 동군산 개발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으로 지적되면서 시급한 이전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