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의회가 폭우와 태풍 피해로 지역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의정비 인상을 논의하거나 해외방문을 계획하는 등 시민정서와 배치되는 행보를 보여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군산시의회는 현재 내년도 의정비 결정을 놓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시의회는 17일 의장단 회의를 갖고 내년도 의정비 책정을 논의했으나 최근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동결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태창 의장의 의견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인상안을 주장하며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돌입했다.

현재 의회 내부에서는 경기 침체와 군산지역 8.13폭우로 복구예산 소요과다 등을 들어 의정활동비 1320만원과 월정수당 2172만원 등 총 3492만원의 현 의정비를 동결하자는 의견과 지난 2010년 이후 3년째 동결된 만큼 의정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복지위원회가 19일,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의원들의 사기진작 및 보다 질 높은 의정활동을 위해 인상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 개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제건설위원회도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대해 8.13 폭우이후 군산시가 시민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하고 관련 예산을 수해복구에 활용키로 결정하는 등 가뜩이나 수해와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어려운 재정여건에서 여론주도층인 의원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시민 정서와 배치된다는 곱지 않은 지적이 일고 있다.

폭우 피해로 싸늘해진 민심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군산시의회 의원들이 해외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 여론을 낳고 있다.

군산시의회에 따르면 시의원 7명이 오는 22일부터 4박5일간의 일정으로 연태시에서 열리는 과채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

당초 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던 문동신 시장은 수해복구 등 현안 업무 추진을 위해 방문계획을 취소한 상태여서 똑같은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시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이 중국 방문을 강행하는 시의회의 뒤떨어진 현실감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시의회 관계자는 “중국 측의 초청으로 방문 계획이 수립된 것이며, 지역 현실을 감안해 방문 인원도 축소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민 채모 씨는 “수해 등 지역현실을 외면한 채 중국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시의원들이 7명씩이나 반드시 참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후반기 의회도 새롭게 거듭나기는 커녕 과거의 구태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군산시의회는 8.13 폭우피해 원인과 재발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겠다며 지난 임시회에서 ‘재해대책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정작 위원장 선출이 이뤄지기까지 의원들간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소관 업무를 놓고 행정복지위원회와 경제건설위원회간 미묘한 갈등을 노출하는 등 파열음을 보여 눈총을 샀다.

또한, 시의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미 문동신 시장이 8.13 폭우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공식 밝힌 상태에서 또다시 재해조사특위를 구성함으로써 자칫 특위활동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 ‘옥상옥’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A시의원은 "일단 특위를 구성하긴 했는데 당장 무엇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사실 암담하고, 부담스럽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회사원 정모 씨는 “의정비 인상이나 해외방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모든 것이 사회적 분위기와 공감대를 형성할 때 명분과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데 지금 군산시의회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모습들은 여론보다는 의회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B시의원은 "시의회 내부에서도 의정비 인상이나 중국 연태시 방문에 대해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쓴소리가 대두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