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매립지 친수공간 개발 조감도

군산시는 지난 11일 국토부로부터 군산항 준설토투기장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5월 착수한 용역을 중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이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즉각적인 반응이나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국토부 결정으로 내항 해상매립지 202만㎡(61만평)에 4600억원을 들여 체육시설과 생태, 테마공원을 조성하려던 시 계획은 사실상 장기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역시 이 사업의 전제로 군산과 서천의 합의점 도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양 지역의 합의 내지는 군산시와 지역정치권이 고도의 정치력으로 조기 용역 재개를 이끌어내지 못 할 경우 사실상 사업추진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군산시 입장에서는 국토부의 진의와 서천군이 앞으로 어떠한 요구조건을 들고 나올지를 사전에 충분히 분석, 판단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국토부가 대선을 앞두고 서천군의 반발에 부담을 느끼고 속도조절용으로 용역을 중지시킨 것이라면 시와 정치권의 노력으로 용역 재개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이 경우 국토부는 법률적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관련 용역을 서천군의 반대여론 에 밀려 소신 없이 중지한 것에 대한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무엇보다 인천 영종도를 해양복합테마공원으로 조성하고, 창원과 마산항을 해양생태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왜 군산 해상매립지 활용방안 용역을 중단했는지 국토해양부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서천군의 주장 처럼 향후 금강하구 생태계 보존을 골자로 하는 전반적인 종합대책을 먼저 마련하기 위해 용역이 중단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서천군이 이번 용역중지를 기회로 지금까지 끈질기게 주장해온 금강하굿둑 배수갑문 신설 및 어도문 확장, LNG복합화력 온배수 배출 등 사실상 금강호와 관련된 해묵은 갈등거리를 일제히 꺼내들고 공론화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용역중지로 군산시가 당혹스럽겠지만, 앞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얼마든지 대화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해상매립지 개발 하나만을 갖고 대화하는 것은 안된다”며 “금강하구 전반의 환경문제를 걱정하고, 제대로 된 금강하굿둑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군산시로서는 서천군의 이러한 입장이 일단락된 금강하굿둣 해수유통 문제를 다시 쟁점화하는 데 따른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된 것.

시는 금강하굿둑 해수유통과 같은 금강호 전반의 민감 사안을 논하기 위해 서천군과 선뜻 머리를 맞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서천군 역시 군산해상매립지 개발이라는 단일 사안만으로는 군산시와의 대화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군산시에게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 용역 중지결정이 해상매립지 개발 장기표류는 물론 이웃한 군산과 서천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불쏘시개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 경우 금강하굿둑에 이어 군장대교 개통으로 공간적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는 군산과 서천의 갈등과 반목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군산시와 서천군 양측의 실무 접촉을 정례화하거나 지난 2003년 이후 중단된 군산-서천 행정협의회 재개 등의 공동 노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이번 용역 중지에 대해 사실상 군산의 정치력 부재를 탓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무기력하게 대응한 군산 정치권의 분발과 중앙에서 군산의 논리와 명분을 살릴 수 있는 정치력 발휘도 현안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해상매립지 사업은 군산시민과 서천군민 화합의 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면서 “용역 중지로 차질은 불가피해졌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