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행정구역 갈등에 대해 전북도 등 유관기관의 눈치보기가 극에 달하면서 애꿎은 비안도 주민들이 위험천만한 선외기에 몸을 맡긴 채 아슬아슬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불편이 오랜 기간 반복되고 있는 데도 이를 조정, 중재해야 할 전북도는 부안군과 김제시를 지나치게 의식한 듯 무소신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5세대 465명이 살고 있는 옥도면 비안도 주민들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인해 지난 2002년부터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10여년 째 소형어선(선외기)을 이용해 육지를 왕래하고 있다.

비안도에 근무하는 관공서 공무원들도 비안도~가력도까지 4.5㎞ 구간을 오가는데 위험을 무릎 쓰고 선외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07년에는 50대 주민이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등 악천후 속 선외기 이용과정의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이용객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급기야 비안도 주민들은 군산시 행정구역인 가력도에서 비안도까지 도선운항을 위해 자체적으로 ‘도선사업단’을 설립하고, 지난 8월 중순 농수부에 가력선착장 점사용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점사용 승인권자인 농림수산식품부는 가력도 등 새만금 행정구역을 놓고 부안군과 김제시, 군산시가 갈등을 보이자 도선 면허 필수요건인 가력도 선착장과 화장실 설치를 위한 점사용승인 허가를 늦추면서 ‘새만금가력선착장 운영관리협의회’ 의견 조율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전북도 3개과,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등으로 구성된 운영관리협의회 내부에서 전북도의 의견 개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비안도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이 기약 없이 가중되고 있는 것.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와 새만금사업단은 도서민들의 편의증진을 위해 가력도 선착장 사용이 가능하다며 긍정적 입장인 반면에 김제시와 부안군은 새만금 행정구역 갈등을 이유로 가력선착장 점사용 승인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안도 주민들의 해상교통 불편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할 전북도의 상식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지만 정작 도는 뚜렷한 입장을 결정하지 않은 채 농수부에 의견 제출을 지연시키고 있는 상태다.

전북도가 이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 사안을 군산 비안도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불편 해소라는 근본적 입장에서 접근하지 않고 3개 시군의 행정구역 갈등이라는 민감성만을 의식해 부안 김제 눈치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따가운 지적을 낳고 있다.

박상법 비안도 이장은 “가력도는 행정구역상 군산시 옥도면이고, 비안도 주민들은 군산시민인데 왜 우리 주민들을 위해 당연히 이뤄져야 할 도선운항에 부안과 김제시에서 협의를 해야하느냐”며 “전북도의 소극적인 모습은 전형적인 부안, 김제 눈치보기 행정인데다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주장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전북도가 계속 소신없는 행정으로 일관하면 조만간 비안도 거주 학생들의 등교거부는 물론 주민들과 함께 청와대, 국회 등을 찾아 집회를 열고 전북도의 무소신 행정을 알리겠다”고 덧붙여 향후 이 문제가 중앙 기관 앞 농성으로 비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군산시 관계자는 “도선 부재에 따른 비안도 주민들의 생활불편이 커 전북도를 대상으로 점사용신청에 대한 의견을 조속히 밝혀줄 것을 요청한 상태이다”고 말했다.

한편, 가력도 선착장 사용에 대한 전북도의 눈치보기로 인해 이번 추석을 맞아 비안도를 찾는 150여명의 귀성객들은 또다시 선외기를 타고 아찔한 운항을 할 위험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