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과 전북의 대표 겨울축제인 ‘군산세계철새축제’가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군산시의회가 철새축제 예산 4억5,000만원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군산시의회가 이처럼 과감한 예산삭감을 한 배경에는 그동안 철새축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군산세계철새축제가 생태축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타 지역과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고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군산세계철새축제는 군산과 전북을 대표하는 겨울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군산의 열악한 자연경관 속에서 유일하게 자연을 주제로 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이처럼 하나의 축제를 두고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군산세계철새축제가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뜻있는 다수 시민들은 군산세계철새축제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로 시민참여부족, 철새도래시기 불확실, 운영의 미숙함을 들고 있다.
군산세계철새축제는 형식상 군산세계철새축제 조직위원회가 있지만 실제로는 전문 기획사가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행사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 내용면에 있어서는 결코 타 지역과 비교해 떨어지지는 않는다.
철새탐조투어, 1박2일 생태캠프, 곤충체험,기상체험 등은 국내 전문기관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철새축제가 진행되는 철새조망대와 금강습지생태공원 시설 역시 타 지역의 그것과 비교해 떨어지지는 않는다.
프로그램과 시설규모가 결코 타 지역의 축제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군산의 대표 겨울축제에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산세계철새축제의 대다수 프로그램은 전문 기획사가 섭외한 외지 단체다.
그러다 보니 지역민들이 철새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외지인과 함께 단지 관람객으로만 참여를 하고 있는 것.
군산세계철새축제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철새도래시기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철새축제는 철새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철새도래시기는 기후 영향으로 인해 일정하지가 않다. 현대 과학으로 철새의 정확한 도래시기를 맞출 수 없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철새도래시기를 제대로 맞추면 철새축제가 성공하고 맞추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복골복인 것이다.
운영의 미숙함도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철새축제를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철새는 없고 시끄럽기만 했다’고 혹평을 하고 있다.
철새 없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스피커 음량을 지나치게 크게 해 짜증만 났다는 것이다.
더욱이나 스피커 방향을 철새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어 그나마 남아 있던 철새조차도 쫒아내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
시민 이모씨는 “철새축제는 군산의 자연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겨울축제인 만큼 폐지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고 “군산시가 시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새로운 대안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슬로시티 관광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철새축제 공간의 범위를 금강하구둑 일원으로 한정하지 말고 군산 시내 관광과 연계 시키자는 것이다.
철새축제 기간에 군산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철새뿐만 아니라 군산의 주요 관광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
군산내항, 구조선은행, 근대역사경관지구,은파호수공원,옥구향교, 이영춘 가옥 등은 평소에도 외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철새도 보고 차분하게 원도심에 있는 관광지역을 보거나 옥구향교나 은파호수공원을 거닐게 해 보자는 것.
철새축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공간을 대폭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철새축제 기간에 군산시민들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시내 주요 관광지에서 시민들이 주관하는 철새관련 행사 개발 등을 통해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 김모씨는 “철새축제 주최 측이 좀 더 세밀한 행사진행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처럼 음향시설 설치를 엉터리로 하는 일들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는 것이다.
이길영 기자 (leegl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