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권 행정구역 설정을 놓고 군산, 김제, 부안 등 인접 3개 시군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1호·2호 방조제의 행정구역 결정 신청이 공고되면서 지자체간 예민한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지자체의 경계기준으로 국토지리정보원이 간행한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과 함께 실제로 개별 분쟁사례마다 이를 적용해온 만큼 새만금 1,2호 방조제 구간의 행정구역 결정에도 이를 준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새만금 1호(가력도~대항리), 2호(신시도~가력도) 방조제 구간에 대한 행정구역 결정신청을 공고하고 다음달 4일까지 관련 지자체 등의 의견서를 제출토록 공고했다.

이번에 공고된 새만금 2호 방조제 전 구간은 현재도 군산시 행정관할인데다 헌재 판례에 의한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할 때 1호 방조제 일부 구간 역시 군산시 행정구역에 귀속된다.

새만금권 지자체 통합을 추진중인 군산시는 자칫 땅따먹기 분쟁으로 비화돼 명품 새만금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새만금 행정구역 설정에 대해 공식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통합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번 1,2호 방조제 행정구역 설정 역시 헌재결정에 따라 지금까지 지자체간 경계분쟁에 준용된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당초 입장을 거듭 재확인하고 있다.

해상경계선은 지난 2004년 9월 자치단체 관할 구역에 바다를 포함하고, 해상경계 역시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을 행정관습법으로 인정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후 지자체간 경계분쟁 때마다 주요한 잣대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헌재는 지난 2010년 부산신항만 북컨테이너 부두와 배후매립지의 관할권분쟁 과정에서 경상남도, 진해시와 부산시, 부산 강서구가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사건에서 1977년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국가기본도 상의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관할구역을 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외에도 헌재는 2009년 웅진-태안군 바다모래 채취 분쟁, 2006년 전남 율촌산단 분쟁, 2004년 평택-당진항 분쟁 등 수회에 걸쳐 진행된 지자체간 경계분쟁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지자체간의 경계기준으로 해상경계선을 준용해왔다.

군산시의 이러한 입장에 반해 부안군과 김제시는 해상경계선이 아닌 지역균형발전과 역사성 등을 행정구역 설정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새만금 행정구역 설정 기준을 놓고 지자체간 아전인수격 논란이 격화되면서 법치국가의 기틀에 맞게 권한쟁의 심판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지금까지 판례를 기준으로 삼는 것만이 경계분쟁 사례에 대한 일관성과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한 마디로 새만금권 3개 지자체가 각자 유리한 주장과 논리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나 행정구역 결정 심의권을 가진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흔들림 없이 판례와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산의 미래를 여는 시민회의 관계자는 “새만금권 행정구역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저마다 자신의 논리가 맡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중앙분쟁조정위가 어느 시군의 눈치도 볼것 없이 원칙에 입각한 심의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결정일 것이다”고 말했다.

시의 한 관계자 역시 “주장과 논리가 다수 존재할 때는 기존 판례와 원칙을 따르면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 했다.

새만금권 행정구역 설정은 중앙분쟁조정위 심의를 거쳐 행안부장관이 결정 공고하지만, 이에 대해 타 지자체에서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중앙분쟁조정위에서 군산시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군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역량 발휘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