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나운동 일대 가로수 메타세콰이어가 싹 잘려 나갔다.

기존 가로수를 베어 낸 후 새롭게 심은 가로수 역시 수 년이 지났으나 식생이 원활하지 못한 채 고사되거나 아예 녹지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등 군산시의 가로수 관리 행정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시내 주요 가로변에는 총 170㎞ 구간에 5만 300여본의 가로수가 식재돼 관리되고 있다.

가로수 녹지기능 상실

기존에 도심 녹화기능을 수행해오던 울창한 가로수들이 몇 년 사이 공사로 인해 무참히 잘려나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낳고 있다.

실제로 군산시는 최근 대학로 지중화 공사를 이유로 옛 소방서~극동주유소 구간에 식재된 울창한 거목 메타세콰이어 140주를 잘라냈으며, 이 가운데 18주는 산단 인근 지역 등에 이식했다.

주민들은 수령이 오래된 거목들을 다른 곳에 옮겨 심지 않고 무참히 잘라내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한마디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나운동의 김모 씨는 “속성수인 메타세콰이어의 뿌리로 인해 인도가 파손되는 등의 문제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도심 녹화와 미관기능을 수행하는 이 나무들을 무조건 싹둑 잘라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시 관계자는 “이식에 적합한 18주는 옮겨 심었지만, 나머지 122주는 지중화 공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잘라 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로 문화동~명산동 구간에 심어진 배롱나무의 수종선택 실패로 텅빈 식수대만 남아있다.

대학로 수종선정 부적절 불만

군산시는 이번에 메타쉐콰이어가 잘려나간 구간 말고도 지난 2007년에 대학로 지중화공사를 추진하면서 도심 녹화기능이 충분한 버즘나무(플라타너스) 수 백여본을 잘라냈다.

대신 대학로변에는 배롱나무(목백일홍) 280주를 심었으나 6년여가 지난 현재 이곳 배롱나무의 상당수는 고사된 채 흉물스럽게 남아 있거나 생육부진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종갱신을 통해 대학로에 식재된 배롱나무는 녹지 기능은 커녕 가로수를 심기 위해 마련한 식수대만 볼썽사납게 남아 오히려 도심 미관을 저해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로변의 배롱나무가 6년 째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시 당국의 관리부실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수종선택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배롱나무는 그늘 형성이 미흡한 데다 병충해에도 약해 대학로와 같은 시내권의 가로수로는 부적절한 수종이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 역시 “배롱나무는 외곽 도로변에 적합한 수종으로, 녹지를 필요로 하는 시내권 가로수로는 부적합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가로수 수종선택이 잘못됐다”며 “장기적으로 수종갱신을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강모 주부는 “가로수는 도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학로는 가로수에 대한 존재감이나 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지중화 공사를 이유로 멀쩡한 메타쉐콰이어를 대량으로 잘라내는 것을 보면서 도심녹화에 손을 놓은 행정을 보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도로변 가로수에 대한 수종갱신 이후 시민들의 불만이 불거지고 있는 곳은 비단 대학로 뿐만이 아니다.

핵심 간선도로인 공단대로는 메타쉐콰이어, 은행나무, 회화나무 등 수종이 구간별로 제각각식재돼 통일감이나 특성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 녹음이 우거져 운치를 뽐내던 미원로는 쥐똥나무 수벽과 철쭉으로 수종갱신을 한 지 여러 해가 지났으나 오히려 도심 이미지만 삭막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도심 가로수에 대한 불만여론이 이처럼 높아지는 것은 군산시가 가로수의 특성과 주변의 자연식생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 수종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으이다.

조경 전문가는 “가로수는 도심의 열섬현상 완화, 대기오염 정화, 정서적 안정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만큼 수종선택시 신중을 기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군산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군산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수종을 선택하지 못할 경우 자칫 멀쩡한 기존 가로수만 잘라내는 무책임한 행정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군산시는 대학로변 배롱나무와 공단대로 등을 대상으로 가로수 수종갱신 및 특성화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잘못된 선택으로 제구실 못하는 가로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비판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