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예술의전당 대관 심의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지역 단체와 시민들로부터 행정편의주의적 운영이라는 불만을 사고 있다.

군산시가 문화공연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도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민들의 폭넓은 공연장 활용보다 예술의전당 시설물 관리에만 필요이상의 비중을 두고 대관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질 높은 공연장 활용을 기대하며 예술의전당 개관을 손꼽아 기다려온 일부 단체와 시민들은 애초부터 대관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등의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실례로, 군산의 A여고는 지난 1967년 창단해 45년 전통을 보유한 선교합창단의 마흔 다섯 번 째 정기연주회를 오는 11월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개최할 계획이지만 최근 군산시로부터 대관불가 통보를 받은 상태다.

군산시가 예술의전당 시설 보호를 위해 초·중·고교 행사와 종교성 포교행사에 대해 대관을 불허하기로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A여고 정기연주회는 대관불허기준에 해당하는 학교행사 인데다 일부 심의위원으로부터 종교행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과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공연 중심으로 대공연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불허 처분을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의 이러한 불허처분에 대해 해당 학교는 물론 다수 시민들 조차 지나치게 편협하고 폐쇄적인 발상이라며 갸우뚱하고 있다.

대관신청을 한 공연단체의 전통이나 경험, 공연의 질적 측면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학교행사와 종교성 행사를 제한하는 획일적 잣대를 들이대 대관을 불허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A여고 선교합창단은 45년의 전통을 보유한 데다 그동안 마흔 네 번째 정기연주회, 전국 및 해외순회연주회, 2002한일월드컵 초청연주 등 수준 높은 음악공연으로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전국합창경연대회 대상 및 각종 합창대회 최우수상 수상 등 명실공이 대내외적으로 실력을 공인받은 수준급 단체로 알려져 있다.

학교 관계자는 “매년 시민문화회관 객석이 꽉 차는 호응속에서 정기연주회를 개최해왔는데, 이번에 학교 및 종교행사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대관을 거절당해 어리둥절하다”며 “시민회관까지 폐관해놓고 예술의전당 대관을 불허하면 도대체 어디서 공연을 하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내 종교단체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군산에서 기존 시민회관 객석규모로 문화행사를 치를 공간은 군산예술의전당이 유일한데 무조건 종교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지역내 공연인프라 현실을 외면한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기독교계 한 관계자는 “특정 종교를 위한 부흥회나 기도회 등을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종교성 행사를 불허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됨은 물론, 예술회관 건립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교육계 역시 어린이들을 주된 관객으로 하는 전문 기획공연이나 대학생 음악회, 군 연주회 등은 허용하면서도 군산지역 학생들만 예술의전당 대공연장 공연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지금의 대관기준이 못마땅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이에따라 군산예술의전당 시설 훼손이 우려되는 각급 학교의 일상적인 학예회나 발표회, 종교단체의 부흥회 등은 대관을 제한하되, 전통적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아온 음악회나 종교색채가 있더라도 대중성이 있는 공연에 대해서는 대관을 허용하는 쪽으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전문가 공연위주로 대공연장을 운영하다보니 대관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