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북도의 ‘공항 정책’이 일관성을 결여한 채 갈팡질팡 하면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 및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에 매달려온 전북도 마저 최근에는 김제공항 부지를 염두해 두고 ‘전북권신공항’ 건설에 눈을 돌리면서 일관성 없는 정책추진으로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의 꿈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군산시민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2016∼2020)을 2014년 하반기부터 수립할 계획이며, 이때 전북권 신공항건설에 대한 항공수요를 조사하게 된다.

본격 개발이 시작된 새만금 지역과 지방행정연수원 등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전북혁신도시, 국민연금공단기금운영본부 등을 반영 할 경우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에 전북권의 국내외 항공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권신공항설에 군산공항 찬밥 우려 

문제는 이렇듯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북권 항공수요 충족을 위한 해법으로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이나 새만금신공항 건설이 아닌 김제를 중심으로 한 전북권신공항 건설이 갑자기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는 미공군 측의 부정적인 입장으로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이 쉽지 않고, 새만금신공항은 고도제한 문제 등으로 주변개발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군산공항과 새만금신공항이 아닌 김제지역에 전북권 신공항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을 미군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되, 장기적으로는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변화된 전북권 항공수요를 반영하여 전북권신공항 건설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도의 이러한 공항 정책에 대해 군산지역의 민심은 싸늘하다.

이미 정부의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2011~2015)에 새만금 및 경제자유구역 내 산업이 활성화되면 새만금개발이 본격화되는 2015년에 공항시설 확충을 검토하고, 지난 2011년 확정한 새만금종합계획에도 장래 군산공항 확장에 대비해 활주로 용지 6㎢를 확보해 놓은 상태기 때문이다.

이렇듯 단기적으로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항공수요 변화에 따라 새만금종합개발계획에 반영된 6㎢의 활주로 확장부지에 새만금신공항을 건설하려던 정부와 전북도의 전북권 공항정책은 또다시 급부상한 ‘전북권 신공항(김제)정책’에 떠밀려 소외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국토부장관 발언도 논란

때문에 전북도가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에 미군 측에서 군산기지 보안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너무 성급하게 ‘전북권신공항’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가뜩이나 새만금 행정구역을 놓고 군산과 김제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전북도가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에 대한 어떠한 결론도 없이 돌연 ‘전북권 신공항’ 쪽으로 방향을 선회, 심각한 지역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군산공항 확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공항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군산공항 확장과 관련해 “전북지역 항공수요는 현 군산공항 시설로 오는 2035년까지 처리 가능하다”며 “군산공항 확장은 향후 항공수요 증가 추이를 봐가면서 시설확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군산국제공항에 도내 정치권, 행정 역량결집 필요

군산을 비롯한 전북권의 항공수요가 급증, 군산공항 확장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시점에서 서 장관의 이러한 발언까지 나오자 정부가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군산의 모 대학교수는 “미군과의 협의라는 과제가 있긴 하지만, 우선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에 올인 한 후 향후 새만금신공항 건설 계획을 앞당기면 될 일을 지금 와서 갑자기 전북권 신공항을 거론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부재 및 냄비행정의 전형이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인 채모 씨는 “전북도가 군산공항 확장이나 새만금신공항 건설 논리와 명분을 만들어 도민들의 의지를 결집시켜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갑작스런 ‘전북권 신공항’쪽에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오히려 도민 여론분열이 심각한 지경이다”며 “전북도의 공항정책이 정치적 판단으로 흔들리기 보다는 기 운영중인 군산공항 활성화 쪽에 집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전북이 항공 오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군 측과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을 성사시킨 후 중장기적으로는 제 5차 공항개발 중장기계획에 새만금신공항 건설계획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북도와 도내 정치권의 역량 결집이 시급히 요구된다.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이 미군과의 협의 난항으로 지연되더라도 수년에 걸쳐 추진해 온 사업 방향을 일시에 전북권신공항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민들의 결집된 힘이야 말로 국토부와 미군 측에서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에 긍정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꾸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