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느강변 순대국밥 거리, 자칫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 보이지만 이름 뒤엔 나름의 운치 있는 역사가 있다.
세느강이라 불리던 작은 하천 옆으로 한집 두집 순대국밥집이 들어서면서 세느강변 순대국밥집 골목으로 불려진 지 어언 90년.
새벽 안개가 순대를 삶던 연기와 어울려 채 걷히기도 전에 새벽일을 마친 부지런한 사람들이 저렴한 순대국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도 하고, 고된 하루에 머릿고기와 막걸리 한 잔 걸치며 지친 몸을 달래기도 했던 곳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강은 메워졌고 외식문화도 발달하며 많은 먹을거리들이 생겼다.
세느강변 순대국밥 거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앞에 위치한 공설시장이 현대화되면서 순대국밥집들 또한 2012년 리모델링을 마쳤다. 일종의 환경정비 차원이었다.
나아가 가게 앞에서 순대를 삶고 조리하다보니 미관상 안 좋다는 지적에 공동작업장을 만들자는 대안이 나왔다.
순대국밥 거리 뒤쪽에 마련해 상인들이 쉽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려 했으나 악취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다른 부지를 찾다보니 시설비·인건비 등 일이 커져 버렸다. 군산시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지난해 세느강변 순대국밥집 10곳이 모여 군산순대국밥협동조합을 결성하고 12월 공설시장 주차장 내에 공동작업장을 마련했다.
전에는 새벽 세네시면 일어나 꼬박 2∼3시간을 매달려 손질하고 삶고 했어야 하는데 그 일을 공동작업장에서 한꺼번에 하게 되니 위생은 물론 상인들이 편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단지 삶는 과정만 하기 때문에 순대국밥의 맛이 달라진 것도 없다.
군산순대국밥협동조합 황승운 회장은 “앞으로 가게 앞들 더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일거리 덜었으니 맛에 더 신경쓰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곳 순대가 ‘별미’로도 통한다. 중년 이상의 군산 시민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 저렴하면서도 푸근함으로 우리 서민들을 보듬어주던 곳이 도태되지 않고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 젊은 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니 정겨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