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도사격장 인근에 대한 민관군 합동조사단 활동이 시작됐지만, 조사분야 및 관련 예산 확보 등을 놓고 이견이 대두되는 등 초반부터 ‘기대반 우려반’ 시끄러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군산시는 지난 4일 시청 상황실에서 직도사격장 환경조사 관련 민관군 합동조사단 첫 회의를 열고 조사범위와 활동방향 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조사 분야 어디까지?

군산시가 이날 첫 회의에 제출한 토의안건의 핵심은 직도 환경조사 범위 설정의 문제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일부 조사단원은 ‘직도 환경조사’라는 활동 범위설정부터가 잘못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환경분야에 국한하기 보다는 어족자원 등 해양 생태계 분야까지 철저한 연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산시가 토양오염, 소음진동, 해양환경 등 주로 환경분야에 조사활동 초점을 맞춘 것과 상당 부분 견해차를 보인 것이다.

이건선 조사단원(시의원)은 “미공군 등의 사격장으로 직도가 활용되는 한 소음 진동 및 토양오염 등은 지속될게 뻔한데도 조사용역의 초점을 환경조사에 맞추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다수의 인근 어민들은 직도사격장으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 등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는 만큼 이번 용역조사에 어족자원 변화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조사단원 역시 환경조사 만으로 용역을 시행하기 보다는 직도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한 과업이 이번 합동조사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도가 군 사격장으로 활용되는 한 직도에 대한 환경조사 자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직도사격장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및 어족자원 변화에 대한 조사를 이번 기회에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어족자원 변화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는 도서지역 어민들이 강력히 원하는 내용이어서 앞으로 민관군 합동조사단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사비용 적정성 및 부담 주체 논란

조사용역비의 적정성 문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조사단이 이날 첫 회의에서 밝힌 용역비는 1억 5천만원 정도.

하지만 1억5천만원으로 과연 직도 사격장 주변의 환경조사 용역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조사단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자칫 형식적인 조사활동으로 인해 오히려 시민들에게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론을 낳고 있다.

이날 조사단원으로 참석한 군산시 김재섭 해양수산과장은 “과거 대체어장 개발 용역을 시행하는데만 1억3천여만원의 용역비가 소요됐다”며 “직도 사격장에 대한 환경 등의 용역수행에 1억5천만원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용역비 부담 주체 역시 군산시는 직도허가 이전 정부가 합동조사단 운영 약속을 한 사안인 만큼 국방부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예산 부담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건선 시의원은 “용역비 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조사단 회의를 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1억5천만원의 예산으로는 정확한 조사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장재식 부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직도사격장 조사용역비를 군산시가 부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당연히 국방부에서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단호하게 피력했다.

군산시는 국방부에 예산부담을 적극 요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영여부는 미지수다.

4일 열린 직도 민관군 합동조사단 회의 광경

조사단원 구성 적정성 문제

직도 민관군 합동조사단은 시민단체, 시의회, 학계, 군산시, 군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조사단의 과업 범위를 환경에 국한하지 않고 어족자원까지 확대할 경우 조사단원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날 회의에서 대두됐다.

환경조사에 비중을 두다보니 시 환경위생과에서 조사단 활동을 주관하고 있으나, 어족자원 조사 등으로 조사범위가 넓어질 경우 주관부서 및 조사단원에 대한 새로운 정비가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조사단에 구성된 3명의 군 관계자 역시 대표성 저하에 따른 책임있는 의견개진 등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칫 민관군 합동조사단 활동이 직도 산지전용허가 과정에서 정부측의 약속을 이행하는데 급급한 형식적인 기구에 그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군 관계자는 조사분야 및 범위 등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회의 내용을 듣고 상부에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말을 아꼈다.

민관군 합동조사단 활동이 자칫 민관 합동조사단에 그칠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향후 과제

나용식 조사단장은 "직도사격장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정서가 큰 만큼 조사단원들의 성실한 활동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조사결과를 도출하는데 단원들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어민 등 시민들이 바라는 민관군 합동조사단의 활동범위 설정과 예산 지원 등이 시급한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직도산지전용허가 과정에서 군산시가 적극 협조한 것처럼 이번 민관군 합동조사단 활동에는 무엇보다 군당국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요구된다.

신속하고 자유로운 조사단 활동을 위해서는 군 측 조사단원을 보다 책임있는 직급으로 재구성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민관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단원들의 날카롭고 적극적인 조사활동 의지 확립이 요구된다.

 결국 직도 민관군 합동조사단 첫 회의는 활동방향과 용역비 부담주체 등 시급히 결정해야할 현안을 놓고 단원들간 의견을 나눴지만 별 소득 없이 끝나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