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만금 개발에 7445억원의 국비가 투자되는 가운데 내부 매립지가 미래 지향적이고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경제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판단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새만금 내부개발이 본격 추진되면서 매립용지 활용을 위한 투자유치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으나 이러한 가속도가 자칫 새만금 용지를 미래용도로 활용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군산지역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지향적인 투자유치 시급

특히, 지난해 6월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협력 합의를 계기로 ‘새만금 한중경협단지’ 조성에 대한 국가차원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업종과 입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분석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새만금의 투자 메리트와 경쟁력을 저하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11월 하순 새만금개발청이 중국 에너지기업인 CNPV와 새만금지구에 태양광발전시설 용도로 5800억원 규모의 투자 합의각서를 체결한 것을 두고 군산시를 비롯한 전북도가 매우 부정적 입장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CNPV는 새만금 공유수면 노출부지 231만㎡에 20년 이상 태양광발전사업을 시행하고, 새만금 산업단지(6만6000㎡)에서는 58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셀과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군산시는 이 회사의 투자 예정 부지가 전북권공항 부지 선정을 목표로 노력중인 군산공항 활주로 확장부지 바로 인근에 자리한 데다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설 경우 향후 새만금 부지의 효율적 활용에 걸림돌이 불 보듯 뻔하다는 판단에서 부정적 입장과 함께 사업부지 변경을 촉구하고 있다.

투자유치도 좋지만, 지난 1991년 방조제사업 착공이후 지난해 말까지 2조 9400억원이 투자된 새만금 매립지에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자칫 인근 부지활용에 걸림돌로 작용, 미래지향적인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미래 가치를 고려하기 보다는 새만금 투자유치 성과에만 너무 집착한데서 이러한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대학교수는 “군산시와 전북도에서 반기지 않고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투자유치라면 애초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아니겠느냐”며 “투자유치 성과도 좋지만, 새만금이 기회의 땅으로서 미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속도를 추구하기 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부가가치가 높고 미래지향적인 업종을 선별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네덜란드 간척지 사례 배워야

새만금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성급한 투자유치 결정보다는 미래세대에게 값진 개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신중한 업종 선택 등을 우선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필요시 언제든 기업유치가 가능하도록 기반시설이나 내부개발은 정부 주도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매립지 활용 만큼은 고부가가치 및 미래 경쟁력이 반드시 담보될 수 있도록 선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새만금방조제 다음으로 긴 쥬다찌(32.5㎞)간척사업을 추진하면서 5개 간척지 가운데 5지구 마커와드(6만㏊) 공구는 미래세대가 개발방향과 내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1956년 방수제 완공 후 무려 60여년 가까이 개발을 유보한 상태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기존 충분한 간척사업으로 농업, 주택, 산업용지 등이 비교적 여유로운 데다 개발과정에서 탄력적인 토지이용계획 변경 사례 등을 고려해 성급한 개발보다는 미래세대에게 개발 방향 선택권을 넘겨주기로 지혜로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새만금개발 역시 1991년 사업 초기 100% 농업식량생산기지 조성을 목표로 했으나 시대적 흐름과 사회 변화가 반영되면서 2007년 농업용지와 비농업용지 비율을 72대28로 변경한데 이어 2008년 10월에는 농업용지와 비농업용지 비율을 30대 70으로 조정, 다기능융복합기지 조성으로 토지이용구상을 변경했다.

또한, 2010년 1월에는 명품복합도시 개발 구상을 기반으로 동북아 경제중심지 조성을 담은 내부개발 기본구상안이 마련된데 이어 2011년 3월에는 새만금 토지이용계획을 마련하고, 지난해 9월에는 경제협력특구 조성에 유리한 6대 용지체제로 마스터플랜을 변경하는 등 사업의 목적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때문에 새만금 매립지의 투자유치 역시 성급한 업종선택에서 벗어나 20~30년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로운 분석과 검토가 절실히 요구된다.

혹시라도 단기적 성과만을 의식한 투자와 업종선택이 이뤄질 경우 향후 시간이 흐른 후 새만금의 투자여건 악화는 물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 태양광 업체의 새만금 투자 합의각서 체결은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깊은 우려를 심어주고 있으며, 미래 세대를 절대적으로 고려하는 네덜란드 정부의 쥬다찌 방조제 5지구 개발유보 사례와도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군산시 고위 관계자는 “새만금 매립지의 조기 활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회의 땅 새만금이라는 그릇에 얼마나 경쟁력 있고, 미래지향적인 투자업종을 담아 낼지 여부이다”며 “새해부터는 내부개발을 박진감 있게 추진하되, 투자유치는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속에서 경쟁력있는 업종을 발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