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지역 3.11 조합장 선거 입지자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입지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선거분위기 과열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산 8개 농협을 비롯해 군산시 수협, 군산산림조합 등 모두 10개 조합에서 선거가 실시되는 이번 동시선거는 내달 24일과 25일 공식후보등록일 까지는 앞으로 한 달 가량이 남아있으나 각 조합마다 입지자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군산지역의 경우 현 시점에서 현직 외에 뚜렷한 경쟁구도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군산원협과 옥구농협을 제외한 상당수 조합에서 현직 조합장과 조합 임원 등을 지낸 신인간의 대결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현직·신인 모두 답답한 캄캄이 선거

사상 첫 실시되는 이번 동시선거는 군산시선관위에서 선거 업무를 위탁 받아 체계적으로 총괄한다는 점에서 과거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과열 혼탁 양상이 주춤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후보자 본인 외에 제3자가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데다, 선거일 15일 전이 되어서야 후보등록과 함께 후보자가 공개됨은 물론 공직선거와 달리 후보자 토론회나 연설회도 없어 조합원들의 후보자 검증기회가 최소한의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선관위에 위탁만 했을 뿐 입지자들이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

이로 인해 인지도가 높은 현직 조합장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일부 신입 입지자들은 상대적으로 현직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불만과 함께 자신을 알리기 보다는 오히려 두둑한 프리미엄을 지닌 현직의 불법, 탈법 활동을 캐내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 일선 조합원들의 귀띔이다.

조합장 출마를 저울질 중인 신인 A씨는 “깨끗한 선거도 좋지만, 조합원들에게 나 자신을 알리려고 해도 제약이 너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현직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런 선거시스템은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직 조합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눈길이 강화되자 일선 조합장들은 정상적인 업무활동영역 조차 불법선거운동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등 동시선거 분위기 속에서 일선 조합 업무가 위축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 조합의 한 관계자는 “조합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선이 쏠리고, 잡음발생 소지가 커지자  모 조합장은 아예 점심식사를 집에 가서 하고 나올 정도이다”고 귀띔했다.

현직 조합장 B씨는 “편성된 예산이나 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업무까지도 현직 조합장에 대한 도를 넘은 견제심리가 작용하는 탓에 난감한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열분위기 속 제보전화 이어져

현직과 새로운 입지자들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대 출마예정자들의 불법과 탈법을 신고하는 제보도 끊이질 않고 있다.

군산시선관위에 따르면 조합장 선거를 둘러싸고 하루 평균 4~5건 가량의 제보전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막상 확인해보면 현직 조합장의 정상적인 직무활동이거나 조합장 선거규정의 무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교회심방이나 경로당 방문 등 허용되는 사안에 대해 호별방문으로 잘못 알고 신고하는 등 이른바 ‘막무가내식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제보를 받고 확인해보면 대부분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도 제보가 많은 것은 그만큼 이번 동시조합장 선거가 과열되고 있다는 방증이다”며 “첫 동시선거라서 미비한 점이 많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는 행위에 대한 시시비비를 없앨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조합원들은 조합장 동시선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선거로 인해 일선 조합 업무가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함은 물론 공직선거와 같이 예비후보 등록제를 신설해 조합원들이 후보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기간을 확대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