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보일러 배관통이 훼손(왼쪽)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오른쪽 사진은 사고 후 교체된 보일러 배기통.
군산 지역 모 아파트에서 보일러 폐가스가 집안으로 유입돼 잠을 자던 학생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새벽 6시 50분쯤 군산시 H아파트에서 윤모(18) 군이 눈을 감은 상태로 방문을 열고 나오더니 갑자기 바로 옆 오븐 정리대를 잡고 뒤로 쓰러져 식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며 경련을 일으켰다.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윤 군은 평소와 다르게 몽롱한 상태로 나왔으며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119 구조대에 의해 응급실로 실려 간 윤 군은 뇌파검사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다행히 생명에 큰 지장은 없지만 6일간 입원과 3개월 통원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가족들과 보일러 업체 관계자가 아파트 보일러실을 확인한 결과 파손된 보일러 배관으로 폐가스가 스며들어 집안으로 유입되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일러 업체 관계자는 “보일러를 시공한 지 오래됐고 보일러 교체 시 보통 보일러 본체만 교체하고 배기통은 스테인레스라 반영구로 쓸 수 있어 교체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요 며칠 강한 바람이 밖에서 배기통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폐가스를 만나 중간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고 그때 배기통이 훼손된 듯 하다”고 밝혔다.
윤 군의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집안 식구들이 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파 둘째는 MRI검사를 하고 애들 아빠는 위내시경 검사를 했었다”며 “도시가스는 항상 정기검사를 한다고 생각해서 가스 유출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가스는 보일러업체 책임이라고 하고 보일러업체는 A/S기간이 끝났다고만 하니 참 답답할 뿐”이라며 “군산 지역이 유독 바람도 세게 불고 오래된 아파트들도 많은 것으 아는데 이런 사고가 또 다른 곳에서 발생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 보일러업체가 신청이 있을 경우 오래된 배기통을 무료로 교체해 줄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바람이 특히 강하고 자주 부는 군산 지역의 특성상 오래된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보일러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