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개발의 손길을 타지 않은 청정 지역 청암산(사진제공 군산시)
군산의 대표적인 생태자원인 청암산 군산저수지 일원이 1시군1생태관광지 후보 대상지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전라북도는 1시군1생태관광지를 지정해 균형적 지원 및 활성화로 토탈관광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지난 1월 공모를 추진했으며 군산시는 청암산을 제1후보지로 선정해 도에 제출한 상황이다.
우수한 생태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 향상과 환경, 주민, 관광객 모두가 행복하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
이에 따라 각 시군별 후보지에 대한 검토를 거쳐 확정한 후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각 생태관광지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오는 6월 사업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보존가치가 높은 청암산
군산저수지는 인공저수지로 1963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다 2008년 해제되면서 비로소 개방된 곳으로 사람의 손길을 비교적 타지 않은, 아직까지는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곳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Ⅰ급인 황새를 비롯해 가시연꽃(Ⅱ급),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등 법적보호종 다수가 서식하고 도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산림의 종구성이 다양해 생물서식처로 안정성이 높고 조류 29종, 식물 419종, 곤충 38종 등 약 500종의 다양한 습지식생 및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물다양성도 높은 편이다.
또한 노령산맥과 금강, 만경강, 서해안을 잇는 생태네트워크의 핵심거점 지역으로 저수지 수역권과 산림지역이 접하고 있어 ‘보춘란’, ‘늦반디불이’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며 우점식생(특정 지역에서 특히 많이 자라는 식물의 집단)인 마름군 등 10여개의 다양한 식생 군락이 분포하는 생태학적으로 아주 보존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2010년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다 군산경제자유구역청 배후지구에서 제외돼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여론이 고개를 들자 이 일대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한 후 습지등록을 재추진하고자 유보된 바도 있다.
또한 2012년에는 녹색자금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사업비 10억원을 투자 숲의 기능성 복원을 위한 청암 녹색나눔숲 조성사업을 펼쳤다.
이처럼 군산저수지와 청암산 일원이 명품 산책로로 인기를 얻으면서 평일에는 평균 500명, 주말에는 2천명 정도가 다녀가고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하루 4천여 명까지도 찾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숲이 건강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특히 정신적인 풍요를 원하는 힐링이 새로운 삶의 화두가 되면서 외지에서 다수의 관광버스를 대절해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한다.
▲생태관광지 조성이 최선인가
시민의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군산저수지 일원에서 쓰레기 투기가 성행하고 있고 죽순 등 수목훼손이 몰래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다 보니 토종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의 유입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구불길4길인 구슬뫼길을 조성하고 관광객 편의를 위해 목도를 설치하는 등의 과정에서 습지는 훼손돼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예전처럼 인위적으로 왕래를 막지 않는 한 군산저수지 일원의 생태계 훼손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1시군1생태관광지 선정으로 인해 그 훼손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생태체험을 위한 개발로 인해 오히려 생태공간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사례를 빈번하게 볼 수 있다.
1시군1생태관광지에 선정이 되면 올해부터 10년간 연 4∼5억 원 이내의 예산이 지원되며 자연환경을 보전하거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 생태관찰을 위한 시설, 교육·홍보 또는 관리시설, 어린이 체험학습장 등의 이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군산저수지 일원이 자연 체험터로써의 기능을 하는데 굳이 예산을 들여 시설물을 설치하고 운영하며 좁은 공간에서 한정된 틀에 갇힌 체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지적이다.
특히 군산시는 군산저수지 인근 8개 마을들과 연계해 로컬푸드 판매시설과 체험학습장 조성 등 지역주민과 연계한 소득 창출 방안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기존에 옥산농협로컬푸드 직매장이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을 지. 체험학습장 조성이 주민들의 소득향상에 얼마나 기여를 할 지도 의문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청암산이 생태환경이 훌륭한 만큼 생태관광지로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철새조망대 앞 쪽 금강생태습지공원도 고려했지만 그쪽에는 일체의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지정이 돼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조촌동에 거주하는 천 모(43)씨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다행이며 지금이라도 청암산과 군산저수지를 지키고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철저히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생태관광지로 지정하려면 새로운 시설물이나 구조물 설치보다는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에 치중해야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