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집사람은 천막이라도 치고 살면 되지만 아버님의 얼이 깃들은 유품들은 어떻게 보존해야 될지 정말 막막합니다.“
한국의 슈바이쳐, 예방의학의 선구자, 공중보건의 개척자 등으로 불리며 군산에서 의료활동을 벌였던 쌍천 이영춘 박사 후손인 이주운(58세)씨 말이다
이주운씨는 아버지 쌍천 이영춘 박사와 함께 살았던 ‘이영춘생가‘를 비워줘야 될 딱한 상황에 처했다.
이영춘 가옥의 법적 소유자인 경암학원은 이주운씨에게 집을 비워 줄 것을 요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냈으며 법원은 오는 28일 선고를 한다.
법원의 판결여부에 따라 이영춘 박사 후손인 이주운씨는 자신이 평생 살았던 집을 당장 비워줘야 될 상황인 것이다.
현재 이영춘 가옥에는 100년 이상된 서재와 책상, 고종황제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침대와 소파, 사진, 그림, 친필 붓글씨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영춘박사 후손 이주운씨
이영춘 박사가 직접 만든 8쪽짜리 병풍은 농촌위생연구소 설립취지가 담겨 있어 고인의 민족애와 농민사랑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주운씨는 “이영춘 박사의 유품은 생가를 나가는 순간 그 가치가 없어진다. ”고 말하고 있다.
이씨는 “이영춘 박사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서라도 이영춘 가옥과 유품은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유족으로서 그것을 지키지 지키지 못해 죄송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주운씨의 딱한 소식을 들은 일부 시민들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고 했는데 이주운씨 경우가 꼭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이영춘 박사는 평생을 가난과 질병에 허덕이던 농민들을 위해 헌신한 진정한 의료인이며 농촌보건운동의 선구자였으나 자손을 위해 물려준 재산은 아무것도 없다.
군산사회가 이영춘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이주운씨의 딱한 처지는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영춘 생가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200호로 1920년에 일본인 대지주인 구마코토 리헤이가 농장의 별장으로 지은 것이다.
외형은 서양의 통나무 가옥 형태이며 내부는 일본식 중복도형을 바탕으로 서양식 응접실과 한식 온돌방이 있다.
이영춘 생가는 근세 건축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200호로 지정됐다.
고 이영춘 박사는 가옥을 개인소유로 법적인 등기를 하지 않고 개정병원 관리 재단인 한국농촌위생원 자산으로 등기를 해 놓았다.
그러나 개정병원이 부도가 나 경매에 들어가고 2002년 학교법인 경암학원이 개정병원을 낙찰을 받으면서 이영춘 가옥도 경암학원 소유가 된 것이다.
이길영 기자 (leegl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