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지사, 문동신 시장, 박정희 시의장이 21일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해 물량 추가 배정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내년 1분기 이후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위기로 치닫고 있다.
군산 지역경제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도크 폐쇄 가능성이 우려 수준을 넘어 내년 상반기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 가뜩이나 움츠려든 지역경제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작업물량을 추가 배정하지 않을 경우 내년 1분기 이후 군산조선소의 일감이 바닥나 사실상 도크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군산조선소 추가 물량 배정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하진 도지사와 문동신 군산시장, 박정희 군산시의장 등 주요 인사들은 지난 21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를 방문해 군산과 전북경제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작업물량 추가 배정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회사 측의 어려운 입장만을 재확인한 채 돌아왔다.
송 지사는 이날 최길선 회장과의 면담에서 “조선업 불황으로 군산조선소의 작업물량이 소진된 사내·사외 협력업체 근로자 700여명이 이미 실직했으며, 현재까지 배정된 선박 건조작업이 완료되는 내년 1분기 이후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지역경제 비중이 높은 군산조선소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 달라”고 건의했다.
문동신 시장 역시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는 지난 10여년간 투자해 구축한 조선 인프라 및 기술인력 손실은 물론 군산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며 “경영의 효율적 측면 못지 않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경제 유지라는 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만큼 군산에 조속한 선박건조 물량을 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송 지사와 문 시장의 이렇듯 간곡한 요청에 대해 최길선 회장은 군산조선소의 경쟁력을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선 조선업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지금 당장 군산조선소 추가 물량 배정은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국내 조선업이 처한 위치나 환경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어떤 방법으로 헤쳐나갈 것인지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대중공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군산조선소 유지만을 검토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현대중공업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이 살아야 군산조선소가 살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군산조선소의 생산 라인은 경쟁력이 있으므로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의 이러한 입장은 향후 조선업계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현대중공업 차원에서 군산조선소만을 배려한 추가 작업물량 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회적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특단의 배려가 없을 경우 내년 1분기 이후 군산조선소의 도크폐쇄 및 작업중단, 대량실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북도와 군산시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작업 물량 배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 차원의 공장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 했다”며 “조선경기가 급속히 호전돼 물량 수주가 큰 폭 증가하지 않는 한 단기간 내 군산조선소 추가 물량 배정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조선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현대중공업은 ‘긴 터널을 나오긴 했으나, 나오고 보니 또 다른 절벽이 있다’고 판단하는 등, 2018년 이후 조선업 경기가 회복 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는 온도차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실효적인 대책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그동안 설마 하며 노심초사해온 내년 1분기 이후 군산조선소의 도크 폐쇄를 막을 방도가 없어 군산시를 비롯한 지역경제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 군산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80여개 협력사에 6000~6500여명의 고용유발효과, 2조 2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는 물론 근로자 인건비를 기반으로 한 군산지역 내 가계소비 지출이 약 600억원에 달해 도크폐쇄시 대량실업 등 가뜩이나 어려운 군산지역 경제를 더욱 얼어붙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함께 군산조선소 및 관련 조선업종이 군산경제의 24%, 군산 수출의 20%를 차지함은 물론, 군산시 전체근로자수 2만6000명 중 조선업 근로자수가 6300여명으로 24%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이 현실화 되면 지역경제에 몰고 올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여 군산 경제계가 초긴장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다수 시민들은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북도와 군산시, 지역 정치권 등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더욱 중요해졌다"며 "지금이야말로 군산 및 도내 정치권에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시점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군산조선소에서 울산으로 재배정된 LPG선 2척을 다시 군산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iqto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