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6월 가동중단 방침에 대해 주요 대권 주자들이 잇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는 등 이 문제가 중앙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로선 회사 측의 일시 가동중단 방침에 변화가 없지만, 지나친 경제논리에만 급급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는 것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선 주자들까지 가세하면서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될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12일 오후 1시 KBS 전주방송총국 공개홀에서 녹화방송으로 진행된 전북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공공부문 선박 발주를 늘리고 노후선박을 국가가 지원해 새로운 선박으로 교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조선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군산조선소에 최소물량을 배정해 버텨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내외적으로 조선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대체로 내년 정도를 넘기면 그 이후 세계 조선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세계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국가 차원에서 국내 조선사업의 수요를 만드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균형발전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감안해 현대중공업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중앙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조선업 불황으로 군산조선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향후 조선경기 회복에 대비해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하기 보다는 공공부문 선박 발주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어서 군산시와 전북도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요구사항과도 일맥상통해 주목된다.
# 국민의당 대선 경선 주자인 천정배 전 대표 역시 13일 군산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군산조선소 폐쇄는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무조건 군산조선소 존치 방침을 정해놓고 현대중공업과 담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된다면 정몽전 전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군산조선소 유치에 필요한 조건을 들어보고, 국가 차원에서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 1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군산지사에서 열린 조선업 협력업체와의 간담회에서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과 함께 현대중공업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정부에서 공공용선을 조기 발주하는 대신에 현대중공업은 지역 균형발전 및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민의당도 13일 전북도청에서 전라북도와 당 최고위원 정책협의회를 가진 자리에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을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산자부 장관을 만나 공공선 조기발주를 건의하고, 김관영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존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 전북의원들과 당 차원에서 더욱 큰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주요 대선주자와 각 정당에서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다각적인 관심을 보이자 군산시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표를 얻기 위해 지역현안에 대해 인기영합성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면키 위해서는 이들 정치권이 향후 대정부 및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 상공업계 한 관계자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대선 주자와 중앙정치권의 관심을 유도한 것은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이들이 지역에 내려와 일회성, 반짝성 멘트를 날렸다는 비판을 면키 위해서는 앞으로 중앙에서의 가시적 역할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군산상공회의소 주최로 14일 오후 롯데마트 군산점 앞에서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범 도민 총 결의대회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기자 (iqto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