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긴급 상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채 형식적인 규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위치추적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가 발생해 재발방지책 마련이 요구된다.

자칫 실제로는 긴급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위치추적을 위한 형식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긴급 상황에 처한 시민들의 인명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최모 씨는 임피면의 부모(이하 최씨 부부)가 11일 오전 조개잡이를 하려고 새만금 내측에 선외기를 타고 나간 후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이날 자정 무렵 군산해경에 신고했다.

최씨 부부의 행방이 묘연하자 군산해경은 군산소방서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의뢰해보도록 아들 최씨에게 조언 했고, 아들 최씨는 12일 새벽 군산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부모의 실종사실을 알린 후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의뢰했으나 거절당했다.

아들 최씨는 “단순히 연락 안 되는 것만으로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불가하며 해상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해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답변을 소방서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또 “해양경찰의 안내에 따라 짚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경으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의뢰했는데 소방서 측의 태도에 당혹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긴급상황이 아닌데도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악용하는 경우가 증가하자 위치추적을 의뢰받은 소방당국이 의뢰자의 긴급상황 여부와 진정성을 판단하기 보다는 형식적인 규정에만 얽매여 관련 업무를 지나치게 경직되게 편의주의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부모의 실종 사실을 이유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의뢰한 이번 사례 역시 추적 대상이 아니라며 실무자 선에서 거절하기 보다는 소방서에서 군산해경과 연락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위치추적 업무를 수행하는 전북소방본부 등과 긴밀히 협의하는 능동적인 근무자세가 아쉬웠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에대해 군산소방서 상황실 관계자는 “당시 근무자가 연락두절 등은 위치추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경에 의뢰해보도록 한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부모가 배타고 바다에 나간후 연락두절돼 해경에 신고된 상태인데다 아들이 직접 위치추적을 의뢰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위치추적을 거절한 당시 대응방안이 잘못됐다”며 소방당국의 매끄럽지 못한 민원응대를 시인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악용하는 일부 민원인들의 잘못된 행태도 고쳐야할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긴급상황의 진정성을 판단하지 않고 경직된 자세로 일관하는 소방당국의 소극적 근무태도 역시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