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형 일자리가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력산업 붕괴로 위기에 처한 군산 지역경제 회복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기업과 업종 등 가장 핵심 사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향후 추진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군산시와 전북도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및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지난해부터 ‘군산형 일자리’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엠 측과 협의를 통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부지를 활용하거나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선박물량을 배정 받아 군산조선소에서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군산형일자리의 대안으로 구상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두 가지 모두 가시적 진전 없이 희망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초소형 전기차 및 전기버스 제작업체와 한국지엠 협력업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부지나 새만금산업단지 등에서 군산형 일자리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군산공장 일부 부지를 활용해 전기차 생산을 바라고 있으나 지엠 측의 군산공장 매각 등 활용을 위한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군산시 등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도 군산형 일자리와 관련해 의견을 타진했지만,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군산형 일자리가 지역경제 회생 방안으로 폭넓게 거론되고는 있으나 현 시점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업체와 업종 등 군산형 일자리의 본질이자 가장 필수적인 사항들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군산형 일자리에 대한 소문과 설 속에서 기대감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 때 광주형 일자리 의미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면서 군산을 제2의 광주형 일자리 후보지로 지목, 이른바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기자 간담회에서는 군산, 구미, 대구 지역이 군산형 일자리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상반기에 최소한 두 곳이 급물살을 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언급됐다.
이후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한 군산 지역사회는 군산형 일자리가 매우 빠르게 진행돼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군산형 일자리 추진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참여기업이나 업종 등이 현재로선 구체적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데다, 설령 수면아래서 비공식적으로 논의가 진행중일지라도 앞으로 노사정 등 이해당사자간 적정임금이나 근로시간 등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기 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광주 광역시와 현대자동차, 지역기업 등이 주주로 참여해 독립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지난달 31일 투자협약식이 이뤄지기 까지 5년여의 긴 시간이 소요된 점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매우 초보단계인 군산형 일자리가 성사되기까지는 매우 험로가 예상된다.
지역사회에서는 마치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인 냥 외부에 성급하게 비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군산 경제를 살리는데 군산형 일자리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군산형 일자리가 곧바로 추진돼 빠르게 성과를 낼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군산시의회 김영일 의원은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서 군산형 일자리가 일사천리로 순조롭게 추진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군산형 일자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너무 앞서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관계기관이 정책을 발표할 때 좀더 신중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강임준 군산시장 역시 지난 11일 군산시청 브리핑룸을 방문해 “군산형 일자리의 아직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정부에서 여러 업체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군산형일자리를 앞두고 미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실무부서와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이어 “군산형일자리에 대한 너무 앞서가는 보도(소식)가 나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난으로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군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책은 필요하겠지만, 현실과 괴리된 성급한 정책추진 및 발표 등으로 자칫 군산시민들에게 희망 고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최근 군산형 일자리를 둘러싼 지역사회 여론으로 확산돼 주목된다.
이정훈 기자 (iqto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