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신항만 현장

대법원은 지난 2010년 10월 새만금 방조제 3·4호 구간을 군산시 행정구역으로 의결한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김제시와 부안군이 제기한 소송 판결(2013년 11월)에서 군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판결 당시, 간척사업 등으로 하상이나 해저 등 바다가 육지화 되는 경우 기존 공유수면 상태를 전제로 한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은 더 이상 매립지에 대한 지자체 행정관할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지형도상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새만금 전체 매립대상 지역의 관할을 결정할 경우 새만금 내측 매립지에 대한 세부 토지이용계획 및 인접 지역과의 유기적 이용관계를 고려할 수 없게 된다며 향후 새만금 매립지 행정관할 결정에 대한 사실상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당시 소송에서 이겨 3.4호 방조제 관할권을 확보한 군산시는 승소의 기쁨보다도 향후 1.2호 방조제 행정관할을 김제시에 넘겨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떠안게 된 반면에, 패소한 김제시는 오히려 2호 방조제 관할권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한 대법 판결이라는 점에서 크게 환호했다.

결국 3.4호 방조제 관할소송 판결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매립지 행정관할 결정 기준은 지난 2021년 1월 1.2호 방조제 관할결정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서 1호 방조제는 부안, 2호 방조제는 김제 행정관할이라는 판결로 이어져 군산시는 2호 방조제 관할권을 김제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김제시는 역시 1.2호 방조제 판결당시와 같은 논리를 내세워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된 새만금신항 방조제 행정관할이 김제시에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제 지역사회에서는 지난 2013년 3.4호 방조제 소송 당시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매립지 행정관할을 결정할 경우 새만금 내부 매립지의 세부적인 토지이용계획상 문제는 물론, 행정의 비효율성, 주민 생활권과 행정권의 불일치 등이 우려된다는 당시 대법원 논리를 근거로 제시하며 사실상 새만금신항의 김제 행정관할 결정이 유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제시의 이러한 논리는 당시 대법원 판결을 잘못 이해하거나, 매우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에서 비롯된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 군산시의 입장이다.

대법원이 3.4호 방조제 판결 당시 제시한 관할 결정 기준은 방조제와 간척사업으로 육지화한 방조제 내측 매립지 행정관할에 국한한 것이어서 방조제 외측 바다에 조성하는 새만금신항 같은 사업지구에는 적용될 여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새만금신항 건설사업이 새만금 방조제 내측이 아닌 외측 해역에서 인공섬 형태로 진행 중인데다, 새만금사업을 통해 형성된 매립지에 조성되는 공사도 아니기 때문에 중분위가 새만금신항 방파제 행정관할 결정 과정에서 과거 새만금 3.4호 방조제 소송 당시 밝힌 대법원의 입장을 적용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군산시의 합리적 논리이다.

새만금신항만은 김제 행정관할인 2호 방조제에 연접한 것이 아니라 약 700m 떨어진 인공섬 형태로서 군산시 관할 옥도면 두리도의 확장영역인데다, 새만금방조제 외측 섬 지역에 대한 행정관할이 모두 군산시에 귀속돼 있는 것 역시 새만금신항이 왜 군산시 행정관할 인지 그 당위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대법원이 3.4호 방조제 판결당시 밝힌 매립지의 해상경계선 의미 제한 역시, 새만금 내측 매립지를 대상으로 명시한 것일 뿐, 새만금신항이 자리한 새만금 방조제 외측의 해상경계선과는 무관하다는 것 역시 최근 김제시가 당시 대법원 판결을 지나치게 편의적,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한 법조계 인사는 “대법원의 판결을 면밀히 따져보면 방조제 내측 매립지에 대한 관할 규정일뿐 외측 해상의 관할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새만금신항 관할 문제는 오히려 군산시의 논리가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대법원 논리에 따를 경우 방조제 내측 매립지에 건설된 동서도로의 행정관할을 주장하는 군산시의 입장은 명분과 설득력에서 밀릴 우려도 있지만, 군산시로서는 노른자위인 새만금신항의 관할권에 대한 대의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새만금 행정관할 문제에 대해 군산시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군산시의회 김영일 의장은 “새만금신항에 대한 군산시의 관할권 주장은 단순히 군산시의 욕심이 아니라 3.4호 방조제 소송 당시 대법원이 제시한 매립지 관할 결정의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명분과 논리를 반영한 군산시의 합당한 입장이다”며 “군산시의회는 이러한 명분을 갖춘 새만금신항 방파제가 군산시 행정관할로 결정되도록 30만 시민의 중지를 모아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