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은파호수공원 인근의 722세대 공동주택 신축과 관련해 단지에 인접한 도시계획도로의 기부채납 조건을 놓고 갈등을 보여 온 군산시와 사업시행자간의 갈등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으로 사실상 일단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민원을 제기한 사업시행자와 군산시가 지난 3일 국민권익위 현장 조정회의에서 조정안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권익위 중재로 인해 군산시는 해당 도시계획도로의 일부 구간 토지보상비로 22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민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정을 통한 민원해결이라는 긍정적 측면 외에, 소송이 진행될 경우 군산시가 패소할 만한 결정적 흠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민원 사업은 군산시 지곡동 산 137-1번 일원 은파호수공원 인근에 2026년 11월 입주 예정인 722세대 아파트를 신축하는 것으로, 건설업체는 군산시가 이 민원 사업과 인접하지 않은 도로의 개설까지 기부채납 조건에 포함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국민권익위에도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권익위는 문제가 된 도시계획도로는 아파트 입주로 발생하는 교통량 해소를 위해 필요한 도로로, 만약 소송이 계속 진행돼 법원의 판결 시까지 도로 개설이 지연된다면, 교통혼잡 등 2026년에 입주 예정인 722세대 입주민의 불편이 예견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파트 건설과 입주에 지장이 없도록 도로개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듭하였고, 당사자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최선의 조정안을 도출, 이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시와 사업자가 합의한 조정안에 따라 아파트 건설업체는 아파트와 인접한 도로의 토지보상 비용을 부담하고, 군산시는 나머지 구간 도로 토지보상 비용을 부담하여 토지보상 절차를 이행하기로 했으며, 향후 도로는 무상으로 군산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양측의 이번 합의에 따라 총연장 580m 구간을 15m폭으로 개설하는 해당 도시계획도로는 사업자 측에서 260m 구간을 보상하고, 군산시는 320여m 구간의 토지보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군산시는 당초 예정에 없던 22억원 가량의 토지보상비를 떠안게 됐고, 사업시행자는 해당 금액 만큼 공사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번 권익위 중재 결과는 민원인과 군산시가 조정안 합의를 통해 더 이상의 소송 진행 없이 아파트 신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사업승인 등의 행정절차가 아무런 하자 없이 진행됐다면, 민원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앞으로 군산시가 승소할 것이고, 이 경우 굳이 22억 여 원에 달하는 토지보상비를 시 예산으로 부담하지 않아도 될 것을 왜 시가 권익위 조정안에 선뜻 합의했는지를 두고는 군산시의 공동주택 인허가 업무처리 과정의 졸속행정 지적 등 적지 않은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군산시의회 서동완 의원은 지난 6월과 7월 시정질문 및 5분발언 등을 통해 ‘해당 아파트와 인접한 도시계획도로를 군산시가 2025년 12월말까지 준공한다는 회신을 전북도 교통영향평가에 제출해 통합심의가 이뤄졌을 뿐 이 도로를 사업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사업자의 주장을 제시하며 군산시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 예산 22억원을 토지보상비로 떠안게 된 이번 권익위 조정안이 앞으로 군산시의회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또 시의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시 도시계획과 도시정비계 관계자는 “공사가 늦어질 경우 2026년말 입주 예정인 입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됨은 물론, 이번 사안에 대해 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 향후 소송에서 군산시가 승소할 확실성이 없고, 패소가능성도 있다는 자문에 따라 권익위 조정안을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iqto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