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갖춘 고등학교가 단 한곳도 없으니 아이 진학을 위해서는 군산을 떠날 수 밖에 없어 정말이지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시내 모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1급 지체장애 아들을 둔 김순영(가명)씨는 요즈음 아들 고교 진학문제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 밤잠을 못 이룬다.

난치성 질환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지체장애 판정을 받아 휠체어에 의존해온 아들 민호(가명·15)군이 1년 반이 지나면 고등학교를 가야하지만 군산에는 마음 놓고 다닐만한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민호 군은 하체가 불편해 휠체어 생활을 할뿐 그늘이 없는 명랑한 성격인데다 학교성적도 전교 최상위권을 다툴 만큼 모범생이다.

하지만 군산에는 민호가 휠체어를 타고 층과 층을 마음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시설을 갖춘 고등학교가 전무하다.

민호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고 힘겹게 생활하는 것을 본 엄마 순영 씨는 5학년 때 학교 신축당시 교육당국을 찾아 지속적인 노력 끝에 엘리베이터 시설을 갖추도록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호는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과 교육당국의 배려에 힘입어 엘리베이터를 갖춘 신축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고등학교는 막막할 따름이다.

민호 엄마는 “민호가 초·중학교 생활은 나름대로 잘 지내왔지만 장애학생의 학교내 이동권을 외면하고 있는 사회 무관심 앞에서 이젠 지칠대로 지쳤다”며 “오죽하면 군산을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겠느냐?”며 눈시울을 적셨다.

뜻있는 교육자들은 이러한 사례를 민호 개인의 문제로 가볍게 넘기기보다는 평생교육도시와 명품교육도시를 표방한 군산의 낙후된 교육환경 현주소이자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현실적으로 신축학교가 아닌 기존 학교에서 엘리베이터 시설을 갖춘다는 것이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장애학생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최소한 군산지역 한 곳의 고등학교라도 엘리베이터 시설 보완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군산지역 지체장애 학생이 기본 교육과정인 초등,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자치단체 등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몫이라는 시각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은 현재 초·중 과정에 국한하고 있는 장애학생 의무교육을 2010학년도에 고등학교 및 만 5세 이상 유치원 과정으로까지 확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관련 모법에서는 지자체 등은 장애학생 등에 대한 특수교육 서비스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특수교육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을 수행하도록 강행규정을 두고 있다.

이 경우 국가와 지자체는 소요 경비를 예산 범위에서 우선 지급하도록 명문화 하고 있다.

이는 군산시를 비롯한 교육기관이 열악한 시설로 학내 이동권 및 학습환경을 침해받는 장애학생을 위해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당위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기존 학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경우 대략 5천만원에서 1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군산교육청 정수정 보건교사는 “장애·일반학생의 통합교육 추세 속에서 군산의 지체장애 학생들이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며 “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닐 때 비로소 군산교육은 질적·양적으로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호 군 엄마 김순영 씨는 “집에서는 휠체어 리프트 시설을 갖춘 장애인 특수차량까지도 구입했는데 만일 엘리베이터 시설에 1~2천만원이 들어간다면 기꺼이 학교에 기증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민호가 군산지역 고등학교에서 휠체어를 타고 마음 놓고 과학실, 음악실 등을 오고갈 수 있는 그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 한다”고 말했다.  

군산지역 초중고의 특수교육 대상학생은 현재 200여명(지체장애 아닌 경우도 포함)이며, 초등학교 6개교와 중학교 2개교에만 엘리베이터가 시설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