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녹색 점멸등이 길게 운영되면서 보행자 사고시 오히려 보행자 불이익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자료사진)

군산에 사는 박모 씨는 최근 초등생 딸과 딸 친구 등 2명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 피해를 입은 후 경찰의 사고처리 과정을 납득할 수 없었다.

딸 박모(12)양이 친구와 함께 지난 9일 낮 나운동 킴스마트 앞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던중 우회전 승용차에 치어 각각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으나 경찰 사고처리에서는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위반’이 아닌 ‘안전운전 주의의무 위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날 사고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일어났을 지라도 박양 등이 횡단보도 보행신호등이 녹색 점멸(깜빡이는 상태)상태일 때 횡단보도에 진입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2항 규정에 의해 횡단보도 사고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보행신호등이 녹색 점멸일 경우 ‘보행자는 횡단을 시작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횡단보도 보행신호등이 녹색일지라도 점멸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는 보행 피해자에게 유리한 ‘횡단보도 사고’가 아닌 가해운전자에게 유리한 ‘안전운전 주의의무 위반’을 적용한 사고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군산지역에 설치된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 대부분이 녹색등은 4~6초에 불과하고 녹색점멸 시간이 현저히 길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양이 사고를 당한 횡단보도 역시 왕복 6차선 도로인데도 불구하고 녹색등은 4초에 불과한 반면에 녹색 점멸등은 26초간 운영되고 있다.

시행규칙 대로라면 이곳에서는 30초간의 보행자 신호중 4초안에 횡단보도에 진입해야 적법이고, 점멸등이 켜지는 26초동안 횡단보도에 진입하면 신호위반이 되며, 불행히 사고라도 나면 가해운전자는 종합보험이 들어있을 경우 범칙금 스티커만 발급될 뿐 공소권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다.

군산지역 대다수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 점멸등이 현저히 길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횡단보도 사고 피해자의 권익이 크게 침해됨은 물론 자칫 우회전 차량 운전자들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소홀하게 할 우려또한 농후한 실정이다.

군산경찰서 교통조사계 한 관계자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는 피해자인 보행자 중심의 사고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보행자신호가 녹색 점멸일 경우 보행자 진입금지’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횡단보도 사고로 처리 못하고 있다며 ”관련 규칙을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양 부모를 비롯한 다수 시민들은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보행자 안전을 철저히 외면한 비현실적·비합리적 규정인 만큼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들의 억울한 교통사고 피해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련규칙을 개정하거나 보행신호등 녹색점멸 시간을 단축시키는 등의 대책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횡단보도사고는 신호위반, 음주운전, 과속, 중앙선침범, 무면허운전 등과 같이 중과실 성격이 짙은 10개 예외항목에 포함되는 것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원만히 합의하거나 종합보험에 들어있더라도 형사처벌 되는 중대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