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상자의 상층부(우측)와 중간부(좌측)에 위치한 조기 크기가 다르다.

지난 5일 해망동 군산수협 위판장에서 조기를 대량으로 구입한 나운동 명모 씨의 뼈있는 하소연이다.

명씨는 이날 새벽 냉동시설을 갖춘 A호에서 출하된 조기 28상자를 상자당(28㎏) 21만원씩 580여만원을 주고 낙찰 받은 후 자신의 가게에서 상자를 확인해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바 8석짜리 조기를 구입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위 아래만 제대로 일 뿐 속에 든 조기는 턱없이 작은 9석짜리 수준이 많았기 때문이다.

8석과 9석은 군산수협 위판장에서 조기 크기에 따라 붙여진 것으로 9석 조기는 8석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에 낙찰이 이뤄질 정도로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명씨는 참다 못해 문제의 조기를 싣고가 수협 공판장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수협 및 중매인 관계자는 “명씨가 다시 가져온 조기는 8석이 아니라 9석조기라며 공판장에서 도저히 이뤄져서는 안될 눈속임 상행위”라고 확인해줬다.

리콜명령 10여건에 소비자고발까지

이처럼 군산 수협에서 위판된 수산물 상자의 겉과 속이 판이하게 다른 이른바 ‘짱박기’가 끊이질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 증폭은 물론 항구도시 군산의 이미지를 크게 먹칠하고 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군산수협은 짱박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민원이 되풀이되자 비양심적으로 수산물을 포장해 위판장에 출하하는 일부 선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리콜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협에 따르면 지난 3년동안 겉과 속이 다른 눈속임 포장으로 수산물을 출하했다가 리콜명령을 받은 건수는 10여건에 달하고 있으며, 일부 선주는 지난해 하반기 최고 370만원을 배상했다.

또 지난 9월에는 조기 한 상자를 낙찰 받은 시민이 상자에 다른 크기의 조기를 섞어 눈속임 판매를 한 것에 항의하며 소비자고발센터에 고발하는 등 짱박기를 둘러싼 민원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같은 상자에서 나온 조기지만 크기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짱박기 부작용 심각

중매인과 수협 관계자들은 리콜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수협 관계자는 일부 선주들의 경우 오히려 짱박기 민원이 들어오면 수협 측에서 바람막이를 해주거나 해결사 역할을 해주기를 바랄 정도라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군산 수산물에 대한 상품가치가 떨어져 경쟁력 저하요인으로 작용함은 물론 군산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위판장에 타 지역에서 온 손님들이 많았으나 짱박기 등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불신감이 커져 외지인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기로 문제를 제기한 명씨 역시 “짱박기한 조기를 보고 내가 차라리 손해보고 말아야지 하면서 이틀을 고민했으나 군산방문의 해와 연계해 비응항개장, 새만금 방조제 등을 보러 관광객이 몰려오는 현실속에서 언제까지나 군산 수산물의 명예와 군산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없어 공식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명씨는 “내년에 관광어항인 비응항으로 수협위판장이 옮겨가면 더 많은 외지인들이 방문할 텐데 그때 가서도 이런일이 생기면 군산 망신아니냐”고 되물었다.

 위판장 출하물 규격화 필요

속칭 짱박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산물의 위판장 출하조건에 대한 규격화 통일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산과 달리 목포의 경우 위판기준이 규격화 돼 있어 선주들이 상자 포장단계에서부터 엄선된 수산물을 사용, 짱박기 등의 논란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군산 위판장의 규격화와 통일성이 떨어지다보니 위판장소가 목포냐 군산이냐에 따라 수산물의 질도 그때그때 달라지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짱박기 등으로 민원을 유발할 경우 출하자를 공개하고, 일정기간 위판장 출하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명씨는 “평소 가능하면 군산에서 수산물을 구매하고 싶은데도 짱박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지를 찾을 때가 있다”며 “부산, 여수, 목포 등에서는 이러한 짱박기 병폐를 찾아보기 힘든데 유달리 군산이 심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