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가 발주한 구 역세권 종합개발방안 수립을 위한 용역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이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자칫 실현가능성 적은 혈세낭비 용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시는 군산역 이전에 따른 군산화물역 일대와 원도심 연계 개발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명동 138-3번지 일원 19만 8400㎡를 대상으로 구 역세권종합개발방안 수립 용역을 내년 1월말까지 시행하고 있다.

용역비는 4000만원이며, A학회에서 용역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7일 군산시 상황실에서 열린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다수 참석위원들은 보고 내용이 군산의 현실과 동떨어진데다 사업 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 내용으로 돼 있다며 전반적인 재검토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A학회는 이날 중간보고에서 구 역세권과 배후지를 주상복합타운으로 도시 재생을 도모함은 물론 근대건축양식과 문화공간연출, 참여하는 문화 등을 지향한 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구 역세권 종합개발 기본구상으로는 경암사거리에서 군산역사거리의 도시계획도로를 지하차도로 개설하는 방안과 지상으로 개설하는 2개 안을 골자로 구 역세권에는 주상복합시설, 비즈니스호텔, 백화점, 복합상가시설, 관광위락시설, 관광숙박시설, 콘도, 재래시장 쇼핑몰, 보행자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러한 중간보고대로라면 택지개발과 함께 신도시 지역으로 급부상한 수송택지에도 찾아볼 수 없는 호텔과 콘도를 비롯한 관광숙박시설은 물론이고 재래시장 쇼핑몰과 백화점까지 총망라한 시설이 역세권에 들어설 수 있다.

문제는 용역기관이 제시한 개발안에 소요될 비용이 얼마인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은 있는지 여부인데 이날 용역에 참석한 관계자 다수는 부정적, 회의적 시각 일색이었다.

문동신 시장은 이날 보고에 대해 “개발 그림도 중요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비현실적 개발안임을 지적한 후 “구 역세권 하나만을 볼것이 아니라 71%가 군산지역에 포함된 새만금 시대 군산을 고려한 거시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시장은 또 “구 역세권만을 볼 것이 아니라 원도심권 12개 동을 고려해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희 시의원은 “용역사가 구 역세권의 경관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근대건축물 양식은 실제 군산지역 구 역세권 건물의 실정과 동떨어진다”며 “군산 원도심과 구 역세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역사에서 보고한 구 역세권 개발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다수 시민 및 상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시민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지 밝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17일 열린 중간 보고회 광경

장재식 부시장은 “용역사에서 밝힌 개발안은 시장 이전 등을 수반하기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의 협조가 절실한데도 구 역세권에 백화점, 주상복합시설, 복합상가시설, 재래시장 쇼핑몰 등 기능이 상충되는 시설을 포함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마 재래시장 상인들이 이러한 개발안을 알면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재래시장 활성화와 상충되는 백화점이나 주상복합시설 등을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강민규 항만경제국장은 “도로망이 정비되면 구 역세권이 군산의 새로운 관문이 되는데 과연 군산의 관문에 콘도시설 등이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하냐”며 의구심을 표출했다.

이승복 시 주택과장은 “주상복합시설과 재래시장 쇼핑몰, 복합상가시설이 과연 기능면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물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용역사 관계자는 “신도심에 비해 침체된 구 도심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백화점이나 콘도 등 다양한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백화점 등의 시설을 개발안으로 제시한 것”이며 “신도심과 차별화 차원에서 근대건축물을 경관 방향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용역사 측은 또 개발안을 이행하는데 들어갈 사업비는 아직 산출하지 못했으며, 중간보고서에 담긴 설문조사의 숫자와 의문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직접 분석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이날 중간보고회에 참석한 모 관계자는 “혈세 4천만원이나 들어간 구 역세권 개발계획 용역이 시민과 상인들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이상적, 무성의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며 “중간보고가 부실한데 과연 생산성 있는 최종 용역결과가 나올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렇듯 중간보고에서 지적과 불만이 줄줄이 제기됨에 따라 내년 1월로 예정된 최종 보고에서 계획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얼마나 내실있는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