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검 군산지청(지청장 김종률)이 23일 초등학교 방과후수업 운영과정의 조직적 구조적 비리를 공식 발표하면서 교육현장에서의 유사사례 재발을 위한 제도보완 및 교육계 자정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검찰은 초등 방과후 수업 시장이 규모화 하고 대기업들의 시장 참여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절대적 계약체결 권한을 가진 학교장에 대한 관행적 금품로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단서에서 이번 수사를 착수했다.

수사결과 초등교장 등 50여명의 부적절한 연루 사실과 W교육전문업체가 5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학교장 등을 대상으로 로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수사를 통해 과거 자정노력을 보여온 교육계 인사의 촌지 수수관행과 달리 초등학교 관련 계약은 체결은 투명하지 않고 사실상 교장의 절대적 권한 하에 있어 비리 소지가 끊이지 않았으며, 수사결과 상당수 교장들의 금품수수가 사실로 확인됐다.

일부 초등교장, 돈봉투 반환 · 학교발전기금 처리 등 양심적


그러나 일부 초등학교 교장들은 거래업자들이 제공하는 돈 봉투를 엄히 훈계한 후 반환하거나 반환이 곤란할 경우 전액 학교발전기금으로 회계처리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시설확충에 이용하는 등 양심적인 교육자들의 존재도 검찰수사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민간기업들의 초등 방과후수업 운영은 일반 컴퓨터학원 수강보다 학생들의 교육비용 부담이 절반으로 낮아지고, 고 사양의 컴퓨터 제공으로 교육의 질 역시 높아졌다는 것이 보편적인 평가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초등 방과후 수업의 민간위탁운영 자체보다는 계약과정의 투명성 결여가 큰 문제점이라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특히 초등 방과후수업 계약체결 업체 선정은 운영위 심의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 3분의2 가량의 운영위원이 교사, 학부모 등 교장 영향력하에 있는 위원들로 구성돼 있어 수의계약 등 독단적 의사결정이 이뤄져도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학교운영위 실질적 역할 등 대책 필요


이에따라 학부형이 아닌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을 필수 운영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 운영위 의사결정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거나 일정금액 이상의 계약은 수의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수의계약시에는 그 사유 및 운영위원들의 개별의견을 기재하는 등의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또 방과후 컴퓨터 교실에 대한 업체평가시 각 학교 정보화 담당 교사들의 의견청취를 거친 후 이를 평가의 중요 기준으로 삼을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와함께 초등학교는 방과후업체 선정 외에도 급식업체 선정, 영어체험센터 운영, 교자재 구매, 교재채택, 보수공사 등 이권을 노린 다양한 거래가 있는 만큼 학교 교육사업 참여업체를 상대로 한 사전신고제를 운영해 비리 연루 등 문제가 된 업체를 입찰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결과 금품수수 외에도 회식 자리에서 업체관계자에게 식대를 대신 지불하도록 하거나 교장이 외부에서 거래 희망업체와 단독 접촉을 통해 선물을 받는 윤리상의 문제도 드러났나"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장과 교사들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정도로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따라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학교장 등의 부적절한 접촉관행에 대해서는 교육청에 통보해 유사사례를 예방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초등학교장들의 이러한 비리사실에 대해 다수 학부모들은 "군산시가 군산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는 등 노력 배가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일부 교육계에서는 말도안되는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에 씁쓸하다"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계의 자정노력이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