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농협에서 우직한 관록을 바탕으로 연달아 5선에 성공한 농협조합장이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고동곤(70) 옥산농협장.

고 조합장은 지난 16일 치러진 선거에서 차점 후보를 2표차로 아슬아슬 따돌리고 5선 고지를 점령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옥산농협장 선거는 고 조합장의 5선 입성을 노리는 장기집권(?) 차단 및 칠순을 넘긴 고령 조합장 선출에 대한 경계론이 선거전의 이슈로 작용한 점을 고려할 때 그의 5선 승리는 선거에서 나이와 선수가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할 뿐 표심 결정의 잣대가 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 조합장은 “조합일은 학벌과 체면보다는 오로지 내실과 진솔이 필요하고, 조합장 본인이 아닌 조합원에게 실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스스로가 생각하는 조합장직의 조건을 설명했다.

평소 자가용이 아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과 공무를 수행해온 그는 조합장에게 지원되는 유류비 조차 외면하고 사비를 들여 오토바이 기름을 넣을 정도로 강직한 조합장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3년부터 현재까지 16년 여 동안 조합장으로 근무해오면서 직원들에게 재량을 부여하되 조합원에게 피해를 주는 민원 만큼은 야기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직원들을 대우할 것은 과감히 대우해주는 리더십을 발휘해온 것도 그의 민주관리 원칙에 입각한 조직운영 노하우다.

고동곤 조합장

그래서 인지 옥산농협은 14명의 조합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노조가 결성돼 있지 않다.

고 조합장은 “전국 1180여개 농협중에서 옥산농협의 규모는 3번째로 작지만 직원들은 특공대 수준으로 일당백을 소화해내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5선에 성공한 비결을 묻자 “지난 16년동안 지역의 기관장(조합장)일지라도 가슴에 꽃차고 흰장갑 끼는 품위있는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혀 “명예와 보여주기식이 아닌 내실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그의 일상을 느끼게 했다.

또 남을 비방하는 뒷얘기를 멀리하고, 내자식 내형제가 아니더라도 유능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자세로 살다보니 자연적으로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고 조합장은 특히 “평생 농협이라는 한 우물만을 팠을 뿐 시의원이나 정치에 도전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내 분수를 알기 때문이었다”고 밝혀 각종 선거만을 따라 다니는 정치 철새들의 자성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4선 조합장을 지내오면서 550여평의 농협창고 확보(2002년), 주유소 신축(2007년), 미곡종합처리장 매입(2008년), 매년 흑자행진이 가장 보람된 성과로 기억된다”고 밝힌 고 조합장은 “앞으로 4년의 임기중 경제자유구역 배후도시 옥산의 위상에 어울리는 옥산농협 지점을 당북리 인근에 개설하는 것이 가장 큰 포부”라고 밝혔다.

그는 “비록 5선의 영예를 안았지만 2위 후보와 2표차로 당선시켜준 것은  ‘자만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는 조합원들의 준엄한 경고로 가슴깊이 새겨 더욱 낮은 자세로 일할 것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가족으로는 부인 이수진(65) 여사와의 사이에 1녀 1남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