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흔하디흔했던 라디오공장 하나가 우리나라에는 없었다. 공산품은 다 일본에서 만들고 우리나라에는 자기네들 먹을 쌀을 공출하고자 농사만 짓게 했는데 무슨 근대화를 시켜줬다고 망발인지 정말 화가 난다. 그때 당시의 현실을 내 수집품으로나마 알릴 수 있다면 좋겠다.”
개정면 송호마을 입구, 방앗간과 쌀을 저장하던 창고가 근대시기 소리 관련 박물관으로 변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전자 쪽에 관심이 많았던 이종간(67) 씨가 우연히 전주에서 축음기를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30여 년간 경매시장, 골동품상을 쫓아다니며 수집한 근대시기 소리상자들이다.
“처음에는 집 베란다, 작은방에 놓았는데 수량이 늘면서 집에서 구박떼기가 되더라구요, 논에다 컨테이너 하나 마련해 거기다 쌓아놓았다 본가 외양간을 개조해서 보관했다 영 불안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마침 친척 분이 하던 방앗간과 창고가 비었다고 하길래 옮겨왔죠.”
쌀을 저장해두었던 264㎡의 창고에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마그나복스 5구 진공관 라디오, 기계식 계산기, 초기 컴퓨터, 새마을 엠프, 국민1호 수신기, 에디슨축음기, 1951년산 릴 테이프 녹음기, 필코라디오, 금성 T-706 트랜지스터 라디오, 희귀 SP판 500장 등으로 가득하다.
하나하나 수집품에 담긴 역사와 유래 등을 듣다보니 산역사교육이 따로 없다.
“한점한점이 자식같죠. 다정한 친구가 달라고 해도 애착이 생겨 못 줘요. 술은 몇 백만원 살지언정 이것들은 몇 백만원이 안 돼도 못 주죠.”
창고 안 수집품들을 제대로 정비해 군산을 찾는 관광객이나 시민, 어린 꿈나무들에게 보여주며 일제강점기 시대를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이종간 씨의 작은 소원이 빛을 발하기를 기원해본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